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트러닝 #도서협찬


'나이트 러닝'을 시작으로 '슈슈' '얼룩, 주머니, 수염' '우리가 소멸하는 법' '모두에게 다른 중력'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 '곰 같은 뱀 같은' '에덴-두 묶음 사람' 8편의 단편소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잘 어우러져서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


남편을 잃고 상심한 아내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왼팔을 잘라내지만, 잘라도 잘라도 팔은 다시 자라났다. 모아둔 팔을 태우려고 모아서 태우던 중 도시가 불길에 휩싸인다는 독특한 마법 같은 이야기를 시작된다. 인생의 빛나는 순간이 있었던 사람들, 하지만 지금은 상실과 슬픔, 때론 공포에 지쳐버린 사람들이 등장한다. 삶은 그럼에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려는 이들의 모습은 애틋하고 마음이 갈 수밖에... 어쩌면 우리 주위에, 하지만 한편으론 이토록 독특한 경험을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조금은 독특하게 느껴지는 에피소드마다 빠져드는 힘은 마법처럼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다.


어떤 하룻밤은 아주 짧지만 어떤 하룻밤은 모든 것을 바꿔놓기도 한다. _33p.


왜 사람들이 시간을 아까워하는지 모르겠어. 시간은 그냥 여기저기 흘러 다니는 거야. 난 숙제가 없어. 남은 생을 방학이라 생각해. _59p.


언니와 둘이 보낸 시간들을 떠올렸다. 언니의 손가락을 잡고 잠들곤 했던 밤들. 진심이 아니었다 해도 따뜻했던 날들. 우리가 타인에게 얻고 싶은 건 어쩌면 진심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무조건적 온정이 아닐까. _65~66p.


한쪽만의 필요로 만들어지는 관계는 없다. 잠깐은 가능해도 그렇게 시작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 _214p.


여행지에서는 꿈을 많이 꾸죠.

출연했던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정말 여행지에서는 꿈을 많이 꾸는지 궁금했다. 혼자 여행을 와 보니 여행지에서 꿈을 많이 꾸는 게 아니라 여행이 하나의 꿈이었다. 꿈속의 삶도 그 안에서는 그저 살아가야 한다. _234p.


나는 "운이 좋았네"라고 하려다 말았다. 그게 과연 운인가. 삶의 한 시기를 비워가며 찾아낸, 그것이 과연 운의 영역일까. 우리가 운이라고 여기는 수많은 것들이 실은 오랜 염원으로 자기 자신의 일부와 혹독하게 바꿔온 어떤 소망의 결과가 아닐까._242p


#이지 소설집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 #책추천 #도서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면하는마음 #도서협찬


예능 PD, 글을 쓰는 작가 권성민.. 사실 프로필 사진을 얼핏 보고 여자인 줄 알았는데 몇 페이지 넘기다 보니 가족의 이야기가 살짝 등장하는데 이상하다 싶어 다시 책표지로 넘어와 살펴보기도 했다. 선하고 여린 인상? 그에 대한 첫인상은 그러했다.

지상파와 디지털 매체를 거쳐 상징적인 '모바일 오리엔티드'프로그램 <톡이나 할까?>를 만든 권성민 PD. 『직면하는 마음』은 한 직업군에서 일하며 직접 경험하고 시대의 변화를 개척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한 직업을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이다. 어느 직업군보다 유행의 흐름이 빠른 곳이 방송이 아닐까? PD 스스로가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 방송업계, 나날이 새로워지는 플랫폼 세상을 살아오며 '살아남는 콘텐츠'란 어떤 것일까? 생각하며 써 내려간 저자의 글은 생생하면서도 궁금했던 PD의 직업에 대해, 일의 즐거움과 고민,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글이기도 했다. 끝자락에 본격 예능 제작 은어 가이드도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내 기준으로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창의력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고 밖에는... PD로서 돌아본 자신의 직업 수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읽는 이에 따라 글을 읽으며 짚어내는 포인트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다. 내 경우엔... 그 안에 삶의 자세나 마음을 느꼈던 부분에 많은 마음이 갔던 글이기에 꼭 특정 직업에 속한 이의 글이라기보다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글이었다.


PD가 아니더라도 우선순위를 알고 타협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는 순간은 드물다는 말조차 후하니까. 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거장은 마스터피스를 남기지만, 사소한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PD가 만나게 될 것은 방송 사고이다. _61p.


어떻게든 한 번 완성해 보면 두 번째는 약간 더 할 만하다. 그때 더 괜찮은 걸 만들면 되지. 그렇게 지금 손에 쥔 것들만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래서 뭐라도 남기며 전진하는 것. 그게 이 일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체가 있다면 디디고 나아갈 수 있다. _116p.


세상은 좁지 않다. 내가 모르는 세상은 항상 있다. 삶이 너무 고달프기만 한 것도 문제겠지만, 반대로 너무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만 자꾸 보인다면 한 번쯤 '응?' 하고 고개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고달픈 곳에 머물 때 그 바깥으로는 눈길이 쉬이 가지만, 편안한 곳에서는 내가 편안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기 쉽다. _149p.


꾸준히 하면 는다. 재능이 있든 없든, 변화가 느껴지든 아니든, 그냥 때 되면 하고 하기 싫을 때도 하고 성취감이 없어도 그냥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훌쩍 나아가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꾸준함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_160p.


#권성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조주관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스토옙스키가사랑한그림들 #도서협찬


이 책에 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그건 아마도 '도스토옙스키의 미술관'이 되리라.

여기서 '미술관'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회화·조각 따위의 미술품을 모아 전시하는 곳을 가리키는 미술관(美術館)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나 비평가가 미술을 보는 관점을 뜻하는 미술관(美術觀)이다. 세계적 문호 도스토옙스키 미술 애호가로도 유명했지만 그 스스로 뛰어난 미술평론가이자 시사평론가이기도 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으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언어예술이든 시각예술이든, 예술은 우리 시야를 넓혀주고, 인지할 수 있는 세계를 확장시켜준다. _작가의 말


저자는 이야기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미술문화의 체험 공간이다'라고... 아내와 해외여행에서 이루어진 미술관 관람과 기록과 경험은 그의 작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좋아하는 그림들을 소설에서 언급하기도 하고, 글을 쓰다 원고지에 작중인물을 직접 스케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그림에 대한 관심과 탁월한 안목은 그의 아내 일기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러시아 문학이 생소하기도 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책만 쌓아두고 책장도 넘겨보지 못한 작가 도스토옙스키. 반세기 가량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에 경도되어 살아온 저자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도스토옙스키 미술평론, 독자적 미술관을 깊이 탐구한 책으로 책에 소개된 미술작품들과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은 읽지 못했던, (읽어보고 싶었던) 그의 작품에 호기심을 살살 지피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기도 했다.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악령』 『지하로부터의 수기』『미성년』등의 소설을 ‘시각예술적 관점’으로 새롭게 번역하며 그림을 통한 독특한 감수성을 통과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 진입장벽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특별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미술이나 문학 모두 고통과 상실의 예술이다. 카라치의 그림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고통의 길을 택한 그리스도의 모습니다. 고통은 도스토옙스키의 최대 관심사다. 그의 문학은 고통을 관리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고통, 분노, 슬픔과 같은 것은 우리가 행복이라 부르는 것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뭉치로 따라다닌다. _38p.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 인간은 살다 보면 죄를 짓게 되고, 죄지은 자는 고통을 받게 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참신앙인 도스토옙스키 역시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를 통해 회개하는 사람들을 상상해 봤을 거란 생각이 든다. 참회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_69p.


'그림 읽기'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음미하면서 감상함을 뜻한다. 러시아 정교의 성화와는 전혀 닮지 않은 <시스티나의 마돈나>를 찬미했던 도스토옙스키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류에 대한 이상을 바로 이 성화에서 찾았다. _130p.


도스토옙스키는 화가의 그림에서 받은 영감을 소설 속에 기술하는 대표적인 에크프라시스 작가다. 그림의 의미 파악은 항상 언어로의 변환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그림이라는 이미지 자체는 스스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미지를 글로 변환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_219p.

*에크프라시스(Ekphrasis)'는 상상력과 관련된 예술 직업의 그리스식 정의


#조주관 #arte #문학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book #책수집가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미술책 #예술책 #미술관여행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사랑할 결심 - 단단한 나를 만드는 28가지 멘탈 관리법
박한평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사랑할결심 #도서협찬


저는 당신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해서 쓰였습니다. 평생 하나만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죠. 낮아진 자존감과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일상을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마음가짐을 차근차근 알려줄 것입니다.

'지금, 나를 사랑할 시간.'

당신이 당신을 사랑할 시간은 지금입니다. 나중에 언젠가 하겠다고 미뤄두고, 덮어두기 시작하면 너무 늦어요. 우리에겐 자신을 사랑할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

오늘 더 사랑하세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_ 들어가며


SNS를 통해 매일 수십만 명의 마음을 글로 위로하는 저자 박한평, <새벽이 문제야, 항상> <노래를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 <감정 기복이 심한편입니다만>등 사람과의 관계, 온기를 지닌 특유의 다정한 언어를 따스한 메시지로 전달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빈틈을 메워주고 있다. 신간 <나를 사랑할 결심>은 낮아진 자존감과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주고, 일상을 지탱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28가지 멘탈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art1.당신도 당신에 대해 모를 수 있습니다.

part2.무너진 것은 다시 세우면 됩니다.

part3.다양한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part4.나를 사랑하는 중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부지런함을 보여주세요." 책표지를 넘기고, 저자의 친필 사인을 읽으며 마음이 뭉클.

내 마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는 잘 알고 살아가고 있나? 얼마 전 지인들과 이야기하던 자리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많은 가면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 가면들을 지탱하기 위해서 쓸데없는 마음의 낭비를 많이도 하며 살아가고 있었구나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내 삶의 중심에 내가 있었던가?' '지금 나의 마음은 안녕한가?' 타인이 아닌 '나'에게로 향한 이야기들은 오롯한 나의 마음과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마음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주변의 상황과 분위기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모두 '자신을 향한 존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_65p.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당신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때 무엇을 하는지, 어떤 것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지에 달려있습니다. _109p.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만두지 않는다면... 당신은 '계속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렇게 계속해 내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래, 더 많이, 더 자주 그 일을 해낼 수 있게 됩니다. _206p.


#박한평 #상상출판 #상상팸15기 #상상팸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자기개발서 #책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우리는중독을사랑해


우리는 모두 중독자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동시에 무방비한 상태다. 그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상을 파악하고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일일 테다. 그것에 결말이나 정답 따위는 없을 테지만, 우리가 손을 내밀어 준다. 같이 한번 뛰어들어 보자고. 이 지긋지긋하고 환멸 나는 중독의 세계로 가보자고. 잡은 손 놓지 말고, 계속 한번 살아 보자고. _#박참새 추천의글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거래, 안읽씹, 사주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


"나의 너무 많은 것을 투사해버렸다"라는 도우리 저자의 글처럼 이 책은 대중적인 사회현상을 직접 겪으며 살아가는 젊은 도시인의 '중독'에 관한 사회보고서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매 챕터마다 무릎을 탁! 치며 페이지를 넘기기에 바빴고, 조금은 생소하지만 깊게 파고드는 사회현상이나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중독'이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가볍게 시작하지만, 무언가에 꽂히게 되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나만의 '중독'된 습관들. 그리고 유행하고 있는 현시대의 중독들에 대해 이토록 통찰력 있고 재미있으며 공동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모두 중독자가 아닐까? 명쾌하고 실랄한 자본 없는 자본주의 중독 사회 보고서 일독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인테리어는 주거 housing 기념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방 이미지들에 주거의 질에 대한 이야기는 지워져 있다. 아무리 좁은 원룸이어도 넓게 보이게, 로망대로 실현하는 노하우 수준에서만 이야기된다. 평수나 환기 시설이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집이 넘치고,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치안 비용을 여성 개인만 감당하는 문제 같은 건 러그나 포스터 뒤편에 그대로 가려져 있다. 가난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론 눈에 보이지 않게 됐다. 오늘의 집들은 모두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다. _83~84p.


우리 대부분은 아무리 배워도 날로 가속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일못러가 되고, 언젠가 모두 대체 가능해진다. 랜선 사수는 그런 시대의 과도기 혹은 우리의 불안감을 채우기 위한 임시 땜질이다. _104p.


당근 마켓을 도시인들의 사이버 구황작물이라고도 빗대본다. 수익이 주된 목적이더라도, 당근 마켓에선 너무 척박해진 주민·시민 간 사회적 거리가 조금 좁혀져 있는 건 사실이다. 잃어버린 반려견을 함께 수소문해 주고, 낯모르는 사람에게 '혹시··· 당근이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무료 나눔을 보탤 땐 어쩔 수 없이 약간, 잠시, 덜 외롭다는 기분이니까. _132p.


콜포비아나 톡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로 지목된다. 그것은 단지 면대면 대화를 꺼리거나 사회화가 덜 된 미숙한 탓이라기보다,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초연결 노동과 갑질,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는 청년의 현실과도 이어진 문제다. _147p.


이제 SNS를 하는 사람이 관종이 아니라, 안 하는 사람이 오히려 별종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중에서 하나라도 하지 않는다면 술이나 커피나 담배 중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 사람이 귀엽거나 예쁘거나 잘생겼거나 말발이 좋거나 직업이 특이하다면 대단한 금욕주의자처럼 보인다. '아, 아깝다. 저 정도면 팔로워 5만 명에 좋아요 100개쯤은 금방 땡길 텐데.' _202p.


#도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사회정치 #인문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