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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해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라는 책으로 만나게 되었던 김동영작가. 그의 신간은 언제쯤이나 만날 수 있는걸까? 간간히 그의 책을 들춰보며 생각하곤 했다. 그가 이번엔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돌아왔다. 서점에서 우연히 그의 책을 발견했을때 반가운 친구를 만난양 냉큼 집어들고 올 수 밖에 없었다. [나만 위로할 것] 제목 때문에 더 눈이, 마음이 갔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낯설고 혹독한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그 길 위에서 나를 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인지도 모르고, 때로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떻게 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이 길 위에서의 마법이다. /p037
작년 말, 최강희의 에세이로 처음 알게 되었던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은, 그 여운이 가실즈음 화산재로 다시 한 번 각인 되었다. 그리고 2010년 가을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여름, 그리고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겨울을 가진 신비의 땅, 아이슬란드. 그곳에서 두 달의 여름과 세 달의 겨울을 보낸 김동영의 두번째 여행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다. 떠남, 그리고 길위에서의 이야기 서른셋, 그가 떠난 길에선 어떤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는 어렵다. 그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일보다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남들처럼 똑같이 사는 건 자유롭게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p078
서른에서 서른셋이 된 그... 그의 이야기는 한층 깊어진것 같다. 3년전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에서의 이야기가 고뇌하는 젊음의 풋풋함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이야기는 조금더 진지한 인생, 사랑, 여행, 나에 대한 이야기들... 그의 글을 읽으며 공감이 되고 고개가 끄덕여지며 함께 아파하고 웃을 수 있었던건 아마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청춘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하지 못하는걸 대신 해주고 있는듯 그의 여행을 응원하며 그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며, 그가 일기를 쓰듯 끄적이며 적어내려간 글 한줄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도 했던건 아마 나도 표현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들을 그의 글을 통해서 찾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게 조용히,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은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는 일이었지 정말 내가 좋아했던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만족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 그러려면 내 안에서 번개가 쳐주길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저지른 모든 불을 끈 다음 화산이 폭발해 못난 부분들과 폼 잡으려는 행동들과,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모를 내 형편들을 모두덮어버리고 그 위에 새롭게 태어나 걷고 싶은것이다. 부디 /p095
그가 180일동안 아이슬란드에서 사진으로 담고, 글로 남긴 이야기들은 조금 무겁게 다가왔던것 같다. 읽은지는 3주가 다 되어가지만 쉽게 글로 옮길수 없었던 것도 읽고나서 내 생각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던것 같다. 어쩌면 나도 그와 같은 고민들로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새로운 관심사를 찾으며 잊고자 했던게 아닐까? '커피'에 대한 관심사 이전에 '떠남', '여행' 이라는 생각들로 머리속이 꽉 차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잠시 겪었었다. 그러던 중 생각으로만 맴돌았던 '커피'에 대해 공부해보기로 마음먹었던건 아마도 힘겨웠던 마음으로부터 잠시 피난하고자 하는 도피처의 역할이 더 컸던 시작이었는데, 그 도피처에 빠져들기 시작한건 순식간이었다. 그러던 중 그의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만족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 그러려면 내 안에서 번개가 쳐주길 기다려야 한다./p095 이 문장을 읽고 더욱 용기를 얻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함에 있어 너무 늦은 나이란 없는게 아닐까? 요즘은 일찍 시작한 친구들도 많아서 젊은 층들도 많아져서 '내가 늦은건가?' 하고 살짝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커피에 대한 공부를 해가며 내 안에서 즐거움으로 나날이 커가고 있는걸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일 지도 모르겠다. 내 안의 번개는 '커피'일까?
"생선, 나한테 여행은 단순히 풍경과 문화를 접하는 게 아녜요. 여행은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이에요. 인생을 행복하게, 윤기 나게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은 내 눈동자고 피부이고 손가락이에요. 그리고 여행은, 즐거운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던 내 인생의 바퀴를 좀더 풍요롭게 굴러가게 해주는 추억들이에요." /p224
여행지에서 마지막 순간 돌아오기를 망설였던 그의 마음은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어쩌면 또 다른 곳으로 마음이 떠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핀란드의 한 농장에서 만났던 프랑스 여인 마리. 예순 여덟의 그녀가 이야기 하던 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읽으며 그의 머리가 맑아지며 자신이 여행하는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가끔은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365일 북극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는 그곳, 아직도 화산이 활동하고 종일의 낮과, 종일의 밤이 존재하는 곳...아이슬란드. 그가 눈이 아닌 귀로 보여주고자 했던 아이슬란드는 동봉 되어있던 CD가 아쉽게도 음반이상으로 감상할 수 없었다. 낯선곳에서 힘들었을때 마음을 붙들어주었다던 음악들이 궁금하긴 하지만 언젠가 들을 기회가 있겠지? 그의 청춘이 안녕하기를, 우리 모두의 청춘이 안녕하고 아름답기를 바래본다.
33살이 된 지금 23살 때가 아름다웠다는 걸 알고 있듯
또 다시 10년이 지나 43살이 되었을 때
33살의 우리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