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 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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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기쁨의 미소가 터져 나왔다.  '미쳤어?'라는 친구의 걱정 때문에 불안해진 것이 아니라 '그래, 한 번쯤 미쳐봐야 진짜 나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겠지.'라는 유쾌한 믿음이 샘솟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기쁘게 달랬다.  이번에야말로 멋지게, 제대로, 마음껏 미쳐보자고, 항상 단정하고 정리된 편집으로 하나의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단행본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좀 더 자유로운 나, 천방지축의 나, 파란만장한 나를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듯이 들려주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바른 자세로 심각하게 읽지 않아도 좋은, 드러누워 읽어도 좋고 맥주 한 캔과 함께 읽어도 좋은 책, 그 속에 '글 쓰는 나'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나, 일상 속의 나'를 소복이 담고 싶었다.  책이라는 네모나게 각진 형태의 미디어에 좀 더 삐뚤빼뚤한 나, 비틀거리는 나,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는 솔직 담백한 내 모습을 담고 싶었다. /들어가는 말


월간 정여울 발행소식을 알고는 있었지만, 읽을지 말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12개월 매달, 다양한 주제로 발행될 이야기를 집필하려면 매일 같이 쉼없이 글을 써야 가능한 일인데... 가능할까?  12개월 동안 진행될 프로젝트의 단어들도 꼽아두고 진행되는 월간 정여울은 각 달의 단어들 만으로도 궁금하게 한다.  똑똑, 콜록콜록, 꺄르륵꺄르륵, 와르르, 달그락달그락, 옥신각신, 어슬렁어슬렁 팔딱팔딱, 와락, 후드득후드득, 덩실덩실, 으라차차 새삼, 우리 단어들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입안에서 맴도는 단어의 소리가 느낌이 좋아서 자꾸만 소리내어 읽어보게 된다.  매달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 하게 되는 월간 정여울의 1월의 화가는 안진의 작가다.  책의 표지도 화려하지만 글 사이사이 만나게 되는 그림들은 글을 읽다 쉬어가는 느낌을 주어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기도 하고, 휘리릭 다른 페이지를 넘겨 글을 읽기도 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를 가지고 자신의 역량을 헤아린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게 여기지 않으면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고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징벌에 갇히곤 한다.  나의 소중함을 바깥에서 찾으려 하면 늘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가'보다는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더욱 집중하면, 진짜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타인이 평가하는 객관적인 역량보다 때로는 더 중요한 것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쩌면 나의 역량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워낙 신경 쓰다 보니, 내가 나를 차분하게 살피고 사랑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다.  문제는 '나의 진정한 힘은 무엇인가'를 찾는 자기 성찰의 지혜다. /p40~41 #나는 나보다 큰사람


글쓰는 작가 정여울의 글도 좋았지만 매월 만나게 될 월간 정여울의 글이 좋아진건 1월 똑똑, 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 를 정독하고 더 좋아지게 된 것 같다.  매일 조금씩이나마 글을 읽고, 책을 읽고 서평이라는 방식으로 글을 남기고 있지만 정작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글들은 마음 어딘가에서 맴돌기만 하고 나오질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왜?' 그런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 같다.  단어와 문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글, 더 열심히 읽되 생각하고 더 흠뻑 빠져들기를... 12개월 동안 진행될 그녀의 이야기가 즐겁게 기다려질 것 같다.



노마드처럼 찾지만 정착도 잘해야 해요.  완전히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저절로 빠져드는 흡입력 높은 책도 있지만 애를 써 집중해야만 하는 메시지를 알아듣는 책도 있거든요.  요새는 너무 쉽고 재밌는 것만 찾다 보니 그렇지 않으면 밀쳐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멋진 책에 정착할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라캉 같은 경우는 몇 번을 포기했는지 몰라요.  어떤 구절을 살짝 알 것도 같은데 그러면 간신히 이해한 걸 글로 써보고, 쓰는 과정에서 더 깨달아요. <중략> 사랑할 때는 그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듯이, 책을 고르고 사고 실패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자기를 믿어야 해요.  나의 간절함과 저자의 간절함이 만났을 때, 행복한 독서가 시작되지요.  /p84~86 #쓰다,읽다,받아들이다



나를 찾는다는 건 어렵지 않아요.

타인의 작품이 내 마음을 비추어보는 거울이 되죠.

이 음악은 왜 내 마음을 한없이 일렁이게 하는지,

이 그림은 왜 특히 더 많은 말을 걸어오는지,

천천히 곱씹고 되비추고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너무 거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미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그 일을 좀 더 의식적으로 하자는 것이죠.

한번 내 마음음속으로 풍덩 제대로 빠져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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