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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평점 :

달달하고 가벼운 글들만 읽다가 역사서를 읽게 되었다. 알고리즘 1기로 활동하다 보니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하게 되는 듯... 지금의 '도쿄'를 있게 한 에도 막부의 탄생의 과정을 생생하게 써 내려간 <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는 역사소설이지만 에도 건설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지형, 화폐, 식수, 석벽과 천수각... 각각의 다른인물들이 에도를 도시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게 흘러간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확실을 기한다. 때로는 돌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카와노쿠니 오카자키의 성주에 지나지 않던 이에야스 님은 이 방식으로 오다 노부나가 공의 눈에 들었고 다이코 히데요시 님의 동맹자가 되었으며 지금은 천하를 노리는 최고의 다이묘에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p35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간토 8주를 받고 대신 가지고 있던 영지를 내놓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에도로 떠나는 이에야스는 마흔 아홉의 나이에 영지 교체를 받아들이고 에도로 떠나게 된다. 동쪽과 남쪽의 넓은 바다, 서쪽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북쪽은 고지대를 따라 듬성듬성 자리 잡은 농가들이 유일하게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륙백 년 정도 발달이 멈춘 고대의 마을로 밖에 볼 수 없는 이곳을 오사카처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에야스를 선언에 그를 따르는 가신들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겸손은 딱 질색이다."
이에야스는 구역질이라도 나는 것처럼 말했다. 쇼자부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야스는 마치 죄인을 심문하는 듯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라, 쇼자부로."
"네에?"
"이전부터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더냐? 나라면 할 수 있으니 시켜만 달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지 않았더냐?"
'들킨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맞습니다."
쇼자부로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이에야스는 비로소 눈가에 깊게 주름까지 잡혀가며 활짝 웃었다.
"됐다, 쇼자부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일도 그렇게 하는 법이다. 자부심을 가져라." /p91
하지만 발전 가능성을 보고 황무지인 에도로 발을 옮긴 이에야스는 인재를 등용해 사람들이 모여들기 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한다.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게 사람을 보는 눈이 밝다고 해야 하나? 이에야스의 인재 등용은 그 너머의 일까지 보는 것처럼 번뜩이는 것 같기도 했다.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기초를 다지는 일은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대를 이어 진행되었고 그 과정들은 비장하고 일본인들이 대를 이어오는 가업을 잇는다는 것의 의미가 중요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대를 이어하는 일들의 긍지를 가지는 것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였구나를 실감하게 한다. 불과 400년 전 불모지였던 에도가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인 도쿄의 과거였다는걸, 책을 읽으면서도 오늘날의 도쿄를 생각하며 읽으니 그 옛날의 과정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에야스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한 서술은 없지만 그와 도시를 일구어낸 장인들의 시간을 담아낸 기록은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글이었다.
이에야스는 기다림의 천재였다. 기학적이라고 할 만큼 '견뎌서 이겨내는'것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간토 8주로 가시오.'
육 년 전 히데요시의 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도 가장 밑바닥에는 이에야스의 이런 기질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도를 비롯해 간토 8주야말로 기다리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뎌내면 일본에서 으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야스가 가장 선호하는 형태의 땅이었다. /p138~13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