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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평점 :

코지 미스터리 <cozy mystery> 소설 펫숍 보이즈. 'cozy'는 사전적으로 아늑한, 친밀한 이란 뜻으로 부드럽고, 온화하고, 친절하고 정중한...대략 이런 분위기를 지닌 작은 마을이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소규모적인 사건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었거든요!) 펫숍 보이즈 가미조 지역에 위치한 유어 셀프 펫숍을 배경으로 직원들과 펫숍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여섯 가지의 작은 사건들이 진행되며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여우 소동으로 여유가 없군."
나는 말이 끝나기 전부터 억지웃음을 지었다.
"며칠 지나면 모두 잊을 걸세. 다만 방심은 금물이지.
인간은 쉽게 안심하는 동물이지만 신변에 위험을 느끼면 지금까지의 안심 요소는 단숨에 불안 요소로 바뀐다네." /p164
펫숍을 제대로 방문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나치며 보기만 했고, 그 안에 있는 동물들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강하게 들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20대에 지인에게 어린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아 몇 년간 키운 적이 있었는데, 집에서만 있던 게 습관이 되서 계단 오르내리기를 가르쳤더니 잠시 한눈판 사이 집을 나가버렸고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만약 동네 자주 다니던 동물병원이라도 산책 삼아 데리고 다녔더라면, 다른 강아지들도 만나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다른 동물과 가족이 되는 만남의 장소 펫숍.
"왠지 요즘 초조해. 업무 문제만이 아니라, 왜 여러 가지로 일이 잘 안 풀려서 짜증 날 때 있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아르바이트밖에 겪어보지 않은 '사회' 이지만 그 안에서조차 내가 야무지지 못하고 한심해서 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요즘 내가 그래. 끊임없이 여러 가지 일로 고민하고, 모든 게 잘 안풀려서 시도 때도 없이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해져. 하지만 이럼 안 되잖아. 나답지 않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 우리는 동료들이잖아요. 더 의지해도 괜찮습니다." /p220
어린 시절에 기르는 동물은 특별하다. 함께 자라며 서로 마음을 통하기를 바라고, 통하지 않을 때는 고민하기도 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무조건적인 감정이 자신 안에서 생겨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사랑하는 동물과 이별할 때는 당연히 몸이 찢어지는 것처럼 슬프지만 그 이상으로 따뜻한 추억이 남는다. /p294
갑자기 단골 꼬마 손님에게 섬뜩한 외마디를 내지르는 잉꼬, 잠시 파견 나온 신입 직원은 펫숍을 경멸 한다고 한다. 펫숍 쓰레기처리장 쪽엔 비 오는 날 여자로 둔갑한 여우가 나타난다? 아르바이트생 가쿠토와 고타는, 점장인 가시와기씨는 미스터리한 소동에 휘말리지만 이 녀석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 같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뭉친 이들은 인간과 동물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공간에서 작은 사건들은 조심스럽지만 유쾌하게 흘러간다. "자기 전에 한 편씩 읽습니다. 그러면 안심하고 잠들 수 있거든요." 라는 문구가 새삼 다정하게 다가오는 건 단순히 동물만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 속에 녹아든 친근한 이야기라 느긋하고 편하게 읽었던 글이었고 글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귀여운 삽화는 보너스! 상상하며 읽을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 동네에 코지와 가쿠토같은 직원이 있는 펫숍이라면 매일 가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하다. 띠지에 숨겨진 깜찍한 비밀은 보너스!!! 너무나 깜찍하고 귀여워서 조카님들에게 강탈당한 건 안 비밀! 이구요. 다가오는 봄, 따스하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글이었습니다.
"너 지금 진심으로 웃고 있는 거야?"
무심결에 튀어나온 물음에 사모예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 인간도 개도 서로 다른 개체다.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웃고 있으니 행복한가보네' 하고 믿는 수밖에 없는 법이다. 아무리 인간의 최고 파트너라고 할지라도 머릿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같은 언어로 말이 통해도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 결국 개개인은 홀로 존재하기에 평생 본심을 속속들이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많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통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서로 믿는 수밖에 없다. /p322
"펫숍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위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반려동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마다 않겠다는 인간이라는 동물을요. 펫숍은 친구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간이라는 동물을 돕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동물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끊임없이 기원하는 곳입니다."
문제에 대한 정답은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인간입니다.
외롭고 고독하며 속수무책인 동물입니다. /p394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