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마음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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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나무에서 떨어지면서도 나무에 오르는 코끼리가 있다.  그저 높은 나무에 올라 멀리 보고 피루엣을 멋지게 하고 싶었던 코끼리는 성공하는 날보다 실패하는 날이 많아 숲 속 동물들이 저마다 조언을 하기도 하고 코끼리가 나무에 오르는 것에 대해 충고를 하기도 한다.  왜, 나무에 오르려고 하는 걸까? 



  꼭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어도 깜빡일 수는 있지.  반딧불이는 생각했다.  의미 없이 그냥 깜빡이는 거.

땅거미가 질 무렵 반딧불이는 어느 정도 멀리 날아가 뽕나무 가지에 앉아 주변을 맑히며 그냥 깜빡거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좀 슬프긴 해.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불행한 건 아니야.  암, 나는 불행하지 않아.  불행하고 싶지도 않고.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렇게 믿어.  /p131~132


"내가 만약에 코끼리라면...." 나무에 오르고 싶을까?  덩치만큼이나 떨어졌을 때의 충격이 커서 상처도 크다.   그래도 코끼리는 어떻게 하면 더 잘 오를 수 있을까?  조금 더 멋진 피루엣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절반을 성공이라고 말하는 코끼리.  어쩌면 코끼리가 하고자 하는 걸 하려고 시도하는 동물이 없기 때문에 더 돋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부탁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라는 중력, 참새는 코끼리가 보다 잘 떨어지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높은 나무에서 떨어질 때 이런저런 조언을 하지만 코끼리는 그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을 뿐이다.  동물들이 내가 코끼리라면...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코끼리가 나무에 오르는 행동에 대한 글은, 자신들의 잣대를 대어 코끼리의 행동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만약 코끼리가 이런 동물들의 조언을 다 따랐다면 과연 끝까지 나무에 오르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다른 동물들은 재고 따지느라 하지 못하는 일을 도전하는 코끼리에게 응원의 편지글을 보내는 다람쥐의 짧은 편지글은 짧은 한편의 동화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모한 용기와 도전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안정적인 길만 쫓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평범하지 않아서 더 돋보이는 코끼리의 행동을 이야기하는 숲 속 동물들의 모습은 인간인 우리와 너무도 닮아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때론 '그냥'이라는 무모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톤 텔레헨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코끼리의 마음>은 곧 다가올 봄, 좋은 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해봐도 좋을 글이었다.

 


내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춤을 춘다면,

절반은 성공한 거야.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다고 생각해.


아무도 나처럼 춤을 추지 않아.


아무도 나처럼 떨어지지 않아.


나무에 오르지 않아도 넘어질 수 있어.

떨어지는 것과는 다르지.

아픈 데도 다르고,

다른데가 부러지겠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면, 아무도 멈춰 서주지 않아.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도 않고,

깜짝 놀라 소리치지도 않아.


누구도 내 곁으로 다가와 무릎 꿇고 살펴봐주지 않아.  /p168~169


왜, 왜.....

왜는 없어.

왜는 존재하지도, 존재했던 적도 없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을 거야.


그래서는 존재하지.


그래서 내가 잠을 잘 수 없고,

그래서 내가 내일 다시 나무에 올라갈 것이고,

그래서 내가 또 떨어져 갈비뼈가 완전히 부러질 것이고,

그래서 내가 이 모든 것을 쓰고 있는 거야.   /p212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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