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지음 / 첫눈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하얀 책표지에 한 글자, <숨> 책표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보이고 군더더기 없는 책표지가 오히려 시선을 끈다.  <방구석 라디오> 의 작가 모자의 에세이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무나 평범해서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야기속에 데려와 현실인지 비현실인지의 경계를 잠시 혼돈하기도 했다.  특히 노년의 이야기가 더 안타깝게 다가왔던건 무심한듯 덤덤하게 하는 이야기속에 현실이 짙게 녹아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삶은 그녀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몇 번의 크고 작은 부침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때마다 그녀는 나이를 먹었고, 조금씩 희미해졌다. 그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줄어들고 누군가의 엄마로 기억되는 일이 잦아졌다. 아직 그녀의 삶을 다 산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는 엄마가 되었다. 이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묵은 짐을 정리하다 아이들의 유치원 시절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플레이어를 발견했다.....(중략).....그녀의 아이는 계절마다 유치원복을 갈아입고 선생님은 매번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었지만 그녀의 옷은 변하지 않았다. 비디오 속의 그녀는 영원히 늙지 않겠지만, 그 시절 그녀는 비디오 밖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모르고 살았다. 아이가 봄 소풍을 가면 한 벌 뿐인 주황색 체크남방을 잘 다려 입고, 여름이면 체크 남방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하면서. .<중략>  지나가버린 추억이라며 그녀는 웃었다. 웃음 뒤로 세월이 따라왔다. 세월 뒤로 가난이 따라왔다.  가난 뒤로, 다시 나이를 먹지 않는 세월이 따라왔다. /p24~25. 시간이 흐른뒤 


  글을 읽다보면 내가 에세이 인지, 소설인지를 잠시 햇갈리기도 한다.  때론 단편소설을 읽는듯 했다가 에세이를 읽는듯 했던 <숨>은 자연스럽지만 없어선 안될 숨결같은 존재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간다.   페이지를 펼치기 전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었던 페이지를 보며 어쩌면 삶이란 이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때론 시간지 지나서 조금더 깊게 한 걸음 다가서는 글이 있다.  <숨> 이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는 타인의 삶을 잣대를 대어 비교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때론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있는 그대로 읽어 넘겨보는 것도 또한 책읽기의 매력이 아닐까?



그는 비상계단을 좋아했다.  순찰을 돌 때는 꼭대기 층에서부터 비상계단을 통해 한 층씩 내려가는 방법을 고수했다.  비상계단 철문을 열고 어두운 공간에 들어서면 조금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퀴퀴한 먼지와 오래된 쇠 냄새.  입주민들이 버린 담배꽁초에 묻은 적적막, 그리고 적막.  

  예전에는 혼자 있으면 외로웠는데 말이야.  하긴, 그때는 나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그는 그를 똑바로 봐주지 않는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무생물을 대하듯 스쳐가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들에겐 하루에 한 번이지만 그에겐 수천 수백 번이었다.  경비원이 지켜야 할 것은 어쩌면 집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마음을 지키려고 경비 일을 한다니 말이 안 되지.  상처받는 일을 하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딱딱해진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야.  그런데 내가 경비원이 되고 싶었던가.  하긴 예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냥 다녀야 하니까 다녔지.  그땐 다들 그랬으니까. 그래도 예전에는 사는 게 그럭저럭 재밌을 때도 많았던 것 같은데.  /p68~69 예전에는 경비원이 아니었을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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