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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쓸신잡>을 통해 조금 더 알고 싶어진 작가 중 한 명이 유시민 작가였다. 『청춘의 독서』는 오랜 위시이기도 했지만 손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최근에서야 읽게 되었는데, 생각처럼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책 읽기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선생님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많은 책들을 읽어온 그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고비가 있었던 순간들을 책 읽기를 통해 그 시절을 넘겨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농촌법학회가 신입생들에게 제공한 필독서 목록 첫 번째 자리에 그 책이 있었다. "이영희 저,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선생은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고 성을 '이'가 아닌 '리'로 표기하는 분인데도, 우리는 한자로 적힌 저자 이름을 그냥 '이영희'라고 읽었다. 선배들은 신입생 환영회가 끝난 바로 그다음 주 화요일에 발제와 토론을 할 테니 책을 사서 미리 읽고 오라고 했다. 학교 앞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한 그 순간, 새로운 삶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지식인이 어떤 존재이며 무엇으로 사는지를 배웠다. /p37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여기저기에서 자주 인용되어서 실제로는 읽지 않고서도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기거나, 마치 정말 읽은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화당 선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같은 책이 그렇다. 사람들은 이런 책을 '위대한 고전'이라고 한다.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가 쓴 『인구론』도 "누구나 그 내용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읽은 이는 거의 없는 위대한 고전"가운데 하나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p73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그가 소개하는 14권의 책 중, 읽어본 책은 한 권도 없지만 알고는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고, 사실 어렵다는 이유로 부러 찾아 읽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책 들이기도 했다. 한 권의 책을 100명이 읽으면 그 100명의 생각이 다 달라야 하는 게 맞아야 한다고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배워오길 시를 공부해도 문학 작품을 읽어도 그 안에 뜻을 파악하여 암기하는 식으로 교육을 받은 세대를 살아오기도 했고 읽으면서 글에 대한 의문이나 생각을 하기보단 글쓴이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며 순응하는 책 읽기를 하다 보니 '이 책을 읽었다.'라는 데서 그치는 책 읽기를 해왔던 게 사실이었다.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와 시대적,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살아왔던 시대를 덧붙여 이야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연습해왔을까?
정치는 위대한 사업이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한신과 유방이 빛을 좇는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한 본능에 이끌려 투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할지라도, 그들은 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인의를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만하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비록 성인의 반열에 오를 만한 덕성을 갖추지 못했다 할지라도, 때로 맹목적 욕망과 시기심에 휘둘렀다 할지라도, 그러한 마음과 능력을 발휘하여 결과적으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었지 않은가. 『사기』를 덮으며, 한신과 한고조가 겪었던 인간적 고통과 비극적 죽음에 대해 이 모든 것을 기록해 인류에게 선사한 역사가 사마천의 삶에 대해 깊은 존경과 높은 찬사를 바친다. /p184 사마천, 『사기』
이제 갓 세상에 나가 길을 찾는 딸에게 책장을 넘기면 첫 페이지에서 만나는 이 문장은 세상의 모든 아들딸들이 이 책을 읽고, 책에 소개하는 책들도 어렵지만 한 번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어렵겠지만, 『청춘의 독서』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시대도 변하고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그때와는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나이50을 넘겼지만 아직도 살날이 많이 남은 만큼, 제대로 인생을 살아가려면 더 공부하고 더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어 든 책이 『죄와 벌』이다. 그 소설은 32년 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그때와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죄와 벌』은 그대로지만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 시절 공부했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독서는 책과 대화하는 것이다. 책은 읽는 사람의 소망과 수준에 맞게 말을 걸어주고 그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긴 세월이 지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음으로써 나는 과거의 나 자신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 후기 p32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