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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걷다 - 폭풍의 언덕을 지나 북해까지
이영철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섬나라 영국은 지형적으로 우리 한반도와 닮았다. 반도에는 견고한 휴전선이 남북을 가르고, 섬의 허리에는 고대 성벽의 흔적이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구분 짓는다. 스코틀랜드 바로 아래쪽인 잉글랜드 북부 지방을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횡단하는 총거리 315킬로미터 도보여행길을 가리켜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 Coast to Coast Walk(CTC)' 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인천 월미도에서 강릉 정동진이나 묵호항까지 가는 정도의 거리다. /프롤로그
걷기 여행에 대한 에세이는 대부분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이었는데, 세계 10대 도보여행길로 선정된 영국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 ( Coast to Coast Walk) 를 걸으며 영국의 자연을 15박 16일, 315km를 걷고온 사람이 있었다. 국내에 많이 소개된 여행지도 아닐뿐더러 국내엔 정보가 많지 않아 여행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저자는 여행 일정동안의 기록을 꼼꼼하게 남겨 영국을 걷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이 탄생한 곳도 영국의 작은 마을이었다. 헤더꽃이 만발할 즈음 여행을 떠난 저자의 발걸음은 걷는 동안 아름다운 영국의 대자연을 만끽하며 행복하지 않았을까? 이정표나 지도가 명확하지 않아 길을 잃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길에서 만난 이들은 그의 나침판이 되어주었고 길동무가 되어주었다. 긴 여정의 일정을 숙박예약까지 한국에서 다 마치고 출발한 상태라 여행지의 상황에 따라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때마다 현지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길을 이어 이어 걸을 수 있었던 저자의 걷기 여행. 혼자 걸으며 어떤 생각을을 했을까?
낯선 곳을 걷다가 갈림길 앞에서 종종 주저않곤 했다. 지도 표기도 애매하여 판단이 안 선다. 내 앞과 뒤로, 물어볼 누구도 보이질 않는다. 전에 나는 이럴 때 어떠했나 머리를 짜보아도 뾰족한 수가 없다. 잠시 망설이다 직관이 가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맞는 방향이었던 경우는 절반 정도였다. 간 길을 되돌아 다시 그 자리로 와야 했거나, 먼길을 돌아 헤매고 헤매다 어찌어찌 옳은 길로 들어선 경우도 많았다.
회사적 인간이었던 동안 나에게 그런 헛걸음들은 에너지 손실에 무의미한 시행착오였고,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여행과 친숙해지던 언제부턴가 그 길들도 내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예정치 않았던 또 다른 낯선 곳을 알게 해준 소중한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여행이 내 마음에 가져다준 소소한 변화 중의 하나다. / 에필로그
현대인들이 잘 살아가고 있는것 같지만 의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가며 병으로 커지기도 하는듯 하다. 한국 곳곳에도 둘레길이란 이름으로 걷기 좋은 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니, 멀리 떠나기 전 조금씩 걸어보는건 어떨까? 어쩌면 걷기가 내 스트레소 해소에 딱! 인 처방전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중간 쉬어가며 여행에세이 한 권 과 함께 한다면 멀리 떠나는 여행 못지 않은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책의 분량이 꽤 된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며 저자가 걸었던 풍경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넘기다 보니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즈음이었다. 29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출근할 곳이 없어진 그가 처음으로 걷기 여행을 했던 남해의 바래길을 3박4일동안 혼자 걸었던 행복을 시작으로 그의 걷기 여행은 계속 되었다고 한다. 여름도 깊어가고 여름휴가 시즌도 다가오고 있다. 시원한 카페에 앉아 여행에세이 한 권 읽어보는건 어떨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