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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평점 :

책을 눈 앞에 두고, 빨리 펼쳐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반,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마음이 반 이었다. 왜 그랬을까? '사랑'에 관한 글이 언젠가부터 와닿지도 않고, 조금 불편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다. 사랑의 의미가 포괄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설이나 에세이들에선 연인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꽉찬 서른을 넘기고 마흔으로 접어들면서 '사랑'이란 감정이 이젠 어색하다고 해야하나? 나랑은 무관한 단어가 된 것 같아 점점 무덤덤해지는 기분이랄까? 나이를 의식하며 살지 말자고 다짐해도 제일 먼저 인식하게 되는게 '사랑'인 듯하다. 내겐 체력보다 먼저 인지된 부분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56p
세월이 가면서 잃어버리는 것도 많지만, 얻고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 좋았던 것이 싫어지고, 싫었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지기도 한다. 그전과는 약간 다른 세계에 서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우연히 스친 한 여자를 잊지 못해 밤새 그녀를 찾아 헤매는 것이 사랑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누가 뭐라 하건 사랑은 그냥 사랑인 것 같다. 미지근한 것도 사랑이고, 차가운 것도 사랑이다.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다. 생각해본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사랑'에 대해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여행길에서 조차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의미를 찾으려 한다. 사랑이란 정말 살아가는데 있어 꼭! 있어야 하는 것일까? 어릴땐 어른들의 사랑은 그냥 살아가며 쌓아가는 시간대비 우정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이십대때 바라봤던 어른(중년)의 삶을 살며 겪어보니, 이십대 못지 않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중년이란 나이는 긴 인생에 있어 좀 어중간한 느낌이랄까? 곱게 나이들어가고 싶다 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잘 살아내야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하루 하루가 좀 버거운 요즘이라서 일까? (삼천포로 빠졌...) 최갑수 작가의 에세이는 읽다보면 지금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것 같다. 분명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건 의문을 던져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책도 그가 읽어주고 싶은 문장들과 사진들, 그리고 글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227p/
하지만 나는 비행기로 열 시간이 넘는 먼 타국의 딱딱한 침대 위에서 이 소설을 오직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만 읽고 싶었다. 혁명은 멀고 생활은 가까우니까. 혁명보다는 사랑이 쉬우니까.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노라면, 인생이란 게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짧으니까. 그래서 미워하고 시기하며 살기엔 한곳에 머물러 살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 밥 먹고 설거지하고 영화 보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살아왔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게 대부분이다. 팔 할은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도록 하자. 열심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떠나자. 혁명은 멀고 사랑은 간절하니까.
책을 읽으며, 그가 담은 책 속의 구절들은 그의 글을 읽는데 조금더 빠져들게 했다. 이 책이 출간되고 사랑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 할 수 있는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이벤트나 글들을 종종 봐왔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랑 깜깜한 겨울 밤하늘의 별과 달을 함께 보는 것. 고요해서 서로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지 모르는 어둠속에서 작게 반짝이는 작은 별, 또는 쏟아질 듯 많은 별, 계절별로 밤하늘이 보여주는 별들이 다르듯, 함께 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는 그런 사랑..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대들이 생각하는 사랑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한 시인은 봄은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고 썼다. 그러니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봄이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