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수 있다면 2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16p/
그들의 뒷모습은 아주 정겨웠다.
왼쪽에는 나폴레옹 군대가 러시아에서 퇴각하던 시절에 입었을 법한 낡은 군용 외투 차림의 비쩍 마른 키다리 남자가, 오른쪽에는 '럭키 스트라이크' 잠바를 입은 딱 벌어진 남자가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젊은 여자가 재잘거리고 깔깔거리면서 팔짝팔짝 뛰었다.  그녀는 두 남자가 '하나, 둘, 셋, 영차!' 하면서 자기를 번쩍 들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녀는 두 팔에 잔뜩 힘을 주며 그들에게 매달렸다.
이제 그녀의 안정은 거기에 있었다. 앞도 아니고 뒤도 아닌 바로 거기, 사람 좋은 두 남자의 팔꿈치 사이에...

125p/
어느 날은 죽고 싶도록 사는 게 암담하다가도 이튿날에는 몇 계단 내려가서 스위치를 찾아내기만 하면
눈앞이 조금 더 환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확인하지만 카미유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른 건 다 하되 '사랑'은 하지 말자고 못박아 이야기 한다.  이미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 프랑크는 그녀로 인해 자신의 삶이 알게 모르게 바뀐 것처럼, 자신도 그녀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을 지켜가며 삶의 경계선을 잘 오가는 것 같아보이고, 꼭 자신이 아니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 같다.   자신의 삶에서 떼어놓을수 없는 할머니를 필리베르의 집으로 모셔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프랑크의 삶은 안정을 찾아갔고 카미유도 다시 그림을 시작하며 할머니와 안정된 삶을 보내고 있다.  필리베르도 인생의 전환점이 될 연극무대에 오를 결심을 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는데...


이들의 기묘한 동거를 읽다보면 카미유와 프랑크의 중심에 있는 필리베르라는 인물과 이들이 가족으로 모일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프랑크의 할머니의 등장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들 세 명의 삶에 폴레트(할머니)가 등장하면서 사회와 가정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노인이 젊은 사람들과 어떻게 융화 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카미유의 거식증은 요리사인 프랑크로 인해서 조금씩 치유되어가고 있었고, 프랑크의 거친 면들과 즉흥적인 성격도 카미유로 인해 변화되어가고 있었다.   꽤 많은 2권 분량의 책이었지만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었고,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잠들기 전 조금씩 아껴 읽었던 책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인생들이지만 저마다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은 가지고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내보이고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친구,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아마도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평범하고 담백한 글이지만 담백함 속에서 인생을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었던 글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막 책장을 덮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하다.  왜 일까?  책을 읽는 동안 이들과 사랑에 빠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랑에 빠지고 싶어진 걸지도... 2017년 이제 2개월이 조금 넘었지만 안나 가발다라는 작가와의 만남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언제고 좀 긴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챙겨가고 싶은 책으로 갈무리 해두기도 했다.  꽃샘 추위가 물러가고 곧 다가올 봄, 따스한 봄기운을 만끽하며 읽으면 더 좋을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모, 온라인 서점에서 전자책 구매시 100% 페이백도 진행중이니 참고, 하셔도 좋을듯 합니다~ [2017년 3월 12일 자정까지래요~]


137p/
어찌 보며 이들이 이루고 있는 가족은 진짜 가족보다 나았다. 자기들이 원해서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가족을 위해 고난을 무릅썼고, 그 대가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함께 행복해지는 것뿐이었다. 아니, 행복한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제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샹 드 마르스 공원에서 카미뉴에게 미소를 짓게 했다는 문제의 표지판('기마 순찰대 전용로')을 찾다가, 어떤 프랑스 여인이 유모차를 밀고 오기에 그런 표지판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여자는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안나 가발다의 책을 힐끗 보더니, 혹시 그 소설에 나오는 것을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하자, 여자는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짓더니 유모차를 돌리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거기에서 표지판까지 300미터를 걸어가는 동안 여자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을 읽으면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이야기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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