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올 초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읽고, 그의 책이 더욱 궁금히 졌었다.  무엇보다 2권 분량의 책이 좀 놀라웠는데 읽다보니 페이지가 어찌나 잘 넘어가던지,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라면 살짝 기피했던 내게 안나 가발다의 작품은 신선했다.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한 집에 모여 살며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세 남녀.   귀족 집안 태생인 필리베르는 학창시절의 상처로 심적 부담을 받을 때면 말을 더듬는게 심해지곤 했고 현재는 그들이 모여 동거하게된 고택의 관리(?)인 자격으로 집안애선 거의 내쳐진 상태이며 박물관 근처에서 엽서판매를 하고 있다.  그의 집에 일하다 잠시 들러 낮잠을 자고 일하러 나가곤 했던 프랑크 에게도 유일한 피붙이였던 할머니가 치매로 혼자 지내시는게 여의치 않아지자 양로원에 모시고 매주 한 번 방문하는 길이 점점 무겁게만 느껴진다.  자신의 삶만 유독 힘든것 같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거실에서 책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필리베르와 카미유가 자신이 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세상에 사는 사람들만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유독 집중하게 되는 카미유는 어린시절 부모님의 불화로 인해 거식증에 걸리게 되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청소부 일을 하며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있다. 



35p/
카미유 포크는 밤에 일하고 낮에는 자기 속에 자갈을 쌓는 유령이었다.
느릿느릿 움직이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우아하게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는 허깨비였다.
카미유 포크는 언제나 등을 돌리고 있는 여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하고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여자였다.


185p/
그녀는 진위가 분명치 않은 이론 하나를 떠올렸다.
물에 빠져서 가라앉고 있을 때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소용이 없고 바닥에 닿기를 기다렸다가 발뒤꿈치로 바닥을 차야만 수면으로 다시 올라올 수 있다던가....
됐어.
이제 바닥에 닿은 거야, 안 그래?


그녀의 짧은 행적으로 쉽게 바뀔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필리베르, 프랑크와 함께 지내며 자신이 조금씩 변화 하고 있다는걸 시간이 흐르며 그녀도 인지하게 되는것 같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걸 어려워했지만 그 어색함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고, 다시는 붓을 들지 않을것 같았지만 자신의 스케치 노트에 그림을 하나 둘 채워가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달까?   거칠다고 생각했던 프랑크는 요리사 일을 시작한 지 오래라, 자신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이야기를 하다 막히면 성질부터 내는 거였고, 그런 그의 눈에 자꾸만 카미유가 들어온다.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여자로 보지 않았을 카미유가 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함께 있고 싶어지는데.... 그러고 보면 이들 세 명의 공통점은 가족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해서, 또는 그 안에서 받은 상처들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인 건가?  필리베르를 보면 또 아닌것도 같고... 2권에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도 빨리 읽어봐야지!!



그녀는 에드거 민트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읽은 후 추위에 떨며 센 강을 다시 건넜다.
그녀는 외로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외로워 죽겠어, 외로워 죽겠어 하고 그녀는 나직하게 되뇌었다.
영화관에나 갈까? 쳇, 그러고 나서 누구랑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하지?  감동이 자기 혼자만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어?  그녀는 지쳐서 쓰러지듯 현관문을 열었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못내 서운했다.
그녀는 기분을 바꾸기 위해 청소를 좀 하고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으로 위로할 수 없는 괴로움은 없다고 어느 위인이 말했다.  어디 정말 그런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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