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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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p/
왠만해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나도 눈높이를 좀 낮추고 취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게 이놈의 니라는 한번 눈높이를 낮추면 영원히 그 눈높이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그게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가르침이었다. 내 땀과 대기업 가니는 친구들의 땀의 무게가 다른 나라. 설령 눈높이를 낮춰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월급에서 학자금 융자 빼면 암 것고 남지 않는 나라....


출간때부터 눈여겨 보긴 했지만 먼저 읽은 지인들의 평에 호불호가 갈려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보니 해를 넘기고도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  종종 책을 선물해주시는 지인을 통해서 읽게된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단편임에도 끊기는 느낌없이 흐름있게 넘어가서 단막극을 읽는 느낌이었달까?  단편 소설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편인데 한 편의 글이 10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글 들이 오히려 집중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매일이 똑같고 다를게 없다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흐르듯 살아왔기에 몰랐을 이야기들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83p/
"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내 옆을 지켜준 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


108p/
"이건 우리가 선생에게 주는 벌이 아닙니다. 우리도 선생처럼, 마음 편히 선생을 모시는 거지요."
검은 양복 사내는 그 말을 마치고 다시 304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저기요, 다 좋습니다.
다 좋아요.... 한데 제발 불 좀..."
"아, 그거요....."
검은 양복 사내는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은 어머님께 얼마 만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럴싸하게 살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인생이다.  웃을 일은 점점 더 없어지는 듯 하고, 삶은 퍽퍽하게 느껴진다.  나는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자신을 보며 가끔은 웃음조차 나지 않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한 두가지쯤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으니 그대도 힘을 내라고, 웃기도 하라고, 이 세상 태어났으니 신나게 살아야지 않겠냐고... 투정만 부리고 있기엔 어쩜 너는 그 누구보다 조금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냐고....책을 읽으며 그런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짧은 단편이라 더 가볍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삶이란 가볍지만은 않으니 그냥 읽어지는대로 읽어도 좋을 책이었다.



171p/
우리는 너나없이 고통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란다. 아아아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에게 속엣말을 했다. 고통 다음에야 비로소 가족의 이름을 부여받는 거야. 아아아아. 그래서 가족이란 단어는 들으면 눈물부터 나오는 거란다. 그는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되새겼다. 아아아아. 그는 정말아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꾹 참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소리를 내질렀다. 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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