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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 관한 짧은 우화 - 반 룬 전집 2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1월
평점 :

202p/
물론 코끼리들과 다른 동물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설명할 필요를 느끼진 않았다. 그들은 얘기했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간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거고, 무언가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인간들은
언제나 이른바 안전을 위해서 재빨리 서로에게 총을 쏘기 시작할 테니."
"그러나 우리 코끼리들은 우리가 살아온 대로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계속할 것이다. 숲속엔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먹이가 있다. 강과 호수에는 물이 충분하여 우리는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패기가 부족한 게 아닐까?"
"우리도 백인들이 서로를 부추기는 것처럼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동물의 굴레를 벗고 인간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젊은 코끼리 종족은 인간세계 특사로 '존 경'을 파견한다. 방문하는 곳마다 큰 환대를 받으며 보고서를 작성하던 존 경은 두 방문자들로 인해 화려한 자본주의 이면에 '소외'된 그늘을 보게된다. 화려하고 멋진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존 경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지만 뜻하지 않게 납치되어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된다. 놀랍게도 이 책은 20세기 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요즘의 세태와 견주어도 크게 다를 것 없는 이야기는 혼란스러움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 이야기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듯 하기도 하다.
활짝 펼지면 왼편엔 길지 않은 글이, 오른편엔 그림이 있어 동화책을 읽는듯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책을 읽기전엔 10살 조카랑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명제군이 조금 더 성장한 후에 함께 읽고 이야기해보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이런 느낌일까? 코끼리들이 왜 코끼리로 남아 있기로 결정했는지에 관한 짧은 우화는 그들의 여정이 끝나. 마지막 장을 덮고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림을 휘릭휘릭 넘기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