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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ㅣ 허밍버드 클래식 7
진 웹스터 지음, 한유주 옮김 / 허밍버드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허밍버드 클래식에서 최근 출간된 <키다리 아저씨> , 어릴적 읽던 동화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기분이란 10대즈음 읽었으니 삼십년 가까이 흘러 다시 읽는 책들은 그 시절의 느낌과는 다르게 또 다른 시간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책으로 읽기보단, TV만화로 더 기억에 남았던 키다리 아저씨는 한창 사춘기를 겪던 시절 '내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으면...'하는 소원을 갖게 하기도 했다. 97명의 어린 동생들을 씻기고 챙기는 일은 고아원에서 제일 맏언니인 제루샤의 몫. 매달 첫 째주 수요일은 고아원을 후원하는 분들이 오시는 날이라 여느때보다 더 힘들고 바쁜 하루 이기도 했다. 그랬던 어느 수요일... 그녀의 대학진학을 후원하겠다는 스미스씨와의 인연이 시작되고 원장실로 가기전 길다란 그림자로만 봤던 막연한 후원자의 이미지만을 간직한채 고아원을 떠나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 제루샤 애벗. 의 삶은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107p/
전 대학을 집처럼 느끼기 시작했고, 상황을 마음대로 통제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실은 온 세상을 집처럼 느끼기 시작했답니다. 간신히 허락을 받고 이 세상으로 슬그머니 기어 나온 게 아니라, 진짜로 세상에 속한 기분을 느껴요.
144~145p/
놀라운 사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사람이라면 이러한 열망을 타고나는 법이죠.
후원해주시는분에게 감사의 의미로 간간히 소식만 전해도 되는데, 제루샤는 자신에게 후원해주시는 스미스씨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자신의 일상을 편지로 전하기 시작한다. 오로지 제루샤 (주디)의 편지로만 진행되는 이야기는 주고 받는 식의 글이 아니어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책장을 멈출수가 없게 된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 해야할 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기기도 하고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자신의 내면을 조금씩 키워나가며 세상으로 향한 발걸음을 조금씩 준비하게 된다.
171~172p/
고릿적에 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끝을 낼 짬이 생기질 않았네요. 스티븐슨의 이런 생각이 꽤 근사하지 않으신가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로 가득하고
나는 우리 모두가 왕처럼 행복해야 한다고 확신하노라.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정말 맞는 말이에요. 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하고 다녀 볼 곳들 천지예요. 가는 길목에서 마주치는 친절을 받아들일 의지만 있다면요. 유연한 자세가 비결이죠. 특히 시골에서는 재미난 일이 무척 많답니다. 전 누구의 땅이든 지나갈 수 있고, 누구의 풍경이라도 바라볼 수 있고, 누구의 개울이라도 건널 수 있어요. 마치 제가 그 땅의 주인이나 된 양 즐길 수 있죠. 게다가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답니다!
막연한 동경만 있었던 십대의 키다리 아저씨 였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주디의 성장을 더 눈여겨 보게 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주디가 대견하기도 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아 갈무리 해두었던 페이지들을 다시 펼쳐 읽어보기도 하고 주디가 아저씨에게 보냈던 편지들의 그림들을 보며 새삼 즐거워하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글보단 컴퓨터를, 컴퓨터보단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종이와 펜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자체가 어색한 요즘이지만, 키다리 아저씨를 읽고 나니 그시절 한창 편지를 주고 받았던 이름만 알던 친구들 생각도 나고,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런? 어린 시절 많은 책을 구입해주셔서 다 읽었다고 생각한 동화들이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니 또 새로운 책 같은 기분이다. 이젠 제법 겨울같은 요즘, 올 겨울은 고전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들을 읽어보는건 어떨까?
196p/
중요한 건 크나큰 즐거움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 커다란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전 행복의 진정한 비밀을 발견했어요, 아저씨. 바로 현재를 사는 거죠. 영원히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만 바라고 있기보다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 가장 많은 걸 얻어내는 거예요. 농사를 지을 때처럼요. 우리는 농사를 크게 지을 수도 있고, 집중적으로 할 수도 있어요. 전 지금부터는 집중적인 삶을 살려고 해요. 매 순간을 즐기고, 그러면서 제가 즐기고 있다는 걸 아는 거죠. 사람들 대부분은 삶을 산다기보다는 그저 경주하고 있을 뿐이에요. 머나먼 지평선에 있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는 있지만, 그런 과정의 열기 속에서 숨이 막히고 헐떡거리는 바람에 자기가 지나쳐 온 아름답고 평온한 시골 풍경을 하나도 보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다 늙고 지치면 그들이 목표에 다다랐건 아니건 아무 차이도 없어요. 전 가는 길에 잠깐 앉기도 하고, 소소한 행복을 많이 찾으면서 살기로 결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