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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말로 옮기다가 말을 글로 옮기는 일을 하고 싶어져서 쓰게 된 책, 그가 끄적인 글들을 읽다 피식피식 웃기도 했고 박정민 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궁금해지기도 했던 책이었다. 사실 배우로 알려진 그를 잘 알지 못한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보기도 했었지만 비중있는 역할을 했던건 최근들어서 였고 이전에 출연했던 영화들도 부러 찾아보는 영화의 장르는 아니었으니...모를 수 밖에. 책을 읽는중에 우연히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안투라지>에서 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게 되었다. 저 배우구나... 딱히 눈에 띄는 외모나 연기력은 아니지만 극 중 배우들과 잘 스며든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쓴 에세이는 어떤 글일지 더 궁금해 졌던차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으니, 이 사람... 글 좀 쓰네?
59p/
요지는 책을 읽자는 거다. LCD에서 반짝거리는 글자와 책 속에 진득하니 박힌 활자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책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줄 수도 있다는 거다.
64p/
살아있다는 건 경험 속에 있다는 거다. 나는 지금 노트북에 묻은 짜장면 국물을 한 달 동안 지우지 않으면 결국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난 맨날 경험해. 경험쟁이야. 아무튼 경험하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다. 새롭게 배우기도 하고 적응이 되기도 한다.
박정민의 이야기는 대부분 자신과 지인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본인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삶의 경험속에서 묻어나는 글은 꾸밈이 없어 더 친근하게 다가왔던것 같다. 원하는 학교에 원서를 지원하고 면접에서 쓴 고배를 마시고,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1년후에 다시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던 저자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에서 몸소 체험하면서 책읽기의 중요성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 연극활동을 했던 이야기등에서 그도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연구를 했구나.
166p/
이 시대가 편집의 시대고 무관심의 시대다. 비단 영화나 TV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다는 거다. 상대의 말을 편집해서 듣고 어떠한 상황을 오역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실 관심도 없으면서 듣고 싶은 대로 들어버리고 금세 잊어비리는 일이 잦다. 후에 "어 그랬어? 난 이런줄 알았는데. 네가 그렇게 얘기했잖아. 잘못 들었나 보네. 미안해." 정도로 상황을 정리해버리고 다시 나의 판단에 집중한다.
205p/
사실 빨리 서른 살이 되어보고도 싶었다. 서른쯤이면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열심히 산다고도 살았다. 소신도 있고 신념도 있고, 그것들을 크게 배신한 적도 없었다. 유혹이 있을 때마다 넘어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도 같다. 그런 고집들이 나 자신을 점점 땅 속으로 꺼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만, 아직까지 그것들을 굽힐 의사는 없다. 그렇게 서른이 되었고, 소신과 신념만 남은 다 큰 어른아이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누군가는 이야기 한다. 책을 많이 읽었으니 이제 글을 써볼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하지만 글을 읽는것과 글을 쓴다는 건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고교시절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무작정 무언가를 끄적이기도 했었다. 그때 그 노트들은 다 어딜 갔을까? 지금 다시 읽어보면 참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좋은 책들을 읽는것으로 그들의 생각을 생활을 읽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233p/
모르는 세상이 많다.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의 세상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235p/
모르는 것에 대한 태도가 중요한 시대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은 뭘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됐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기도 하고, 땐 굴뚝에 연기가 아니 나기도 하고, 그 연기들이 어디까지 피워나갈지 알 수 없는 시대다. (갑자기 막 속담 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
조금은 엉뚱한것 같고, 그의 이십대는 참 많은 방황을 하고 생각을 했으며, 여행길에도 올라봤구나 하는 글들을 읽으며 저자의 글처럼 모르는 세상은 참 많고, 당신들의 세상을 잘 알지 못하나, 그는 자신의 세상을 기록하여 책으로 엮어냈다. 어쩌면 더 많이 안다고 해서 좋은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처럼 자신만이 아는 세상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걸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것도 현재를 살아가는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자신의 일상을 글로 옮겨 책으로 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일이었을 텐데.... 박정민 배우로서의 모습도 궁금하지만 앞으로 그가 쓰게 될, 아니면 쓰고 있을? 다른 글 들이 궁금해진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