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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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나로 사는 것, 늘 가면을 쓰고 살아온 나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이 글의 전체적인 흐름에 깔려있는 <고요한 밤의 눈>.  문학상 작품들을 부러 찾아 읽진 않지만, 호기심에 먼저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 페이지가 잘 넘어갔던 책이었다.  소설 같으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보는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건, 비단 나 뿐이었을까?  누구나 스파이 일 수 있고 필요에 의해 연기하지만 그 소용이 없어지면 사라지고 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는 조직이 있다는 가정하에 진행되는 이야기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 궁금함에 멈출수가 없게 된다.



28p/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자신이 사는 세상을 잘 안다고 착각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나는 그런 대부분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36p/

인간이 기억의 총합이라면 나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43~44p/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순간들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그때 내가 한 일이 세상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47~48p/

불행한 사람들은 일밖에 할 게 없다.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져도 살아가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일란성 쌍둥이 동생.  언니는 정신과의사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15년의 기억을 잃어버린, 그들이 알려주는 인생이 자신의 인생이라고 알고 살아가야 하는 남자.  자신의 삶이 자신이 살아온 그대로의 삶이 맞는지 의심하기 시작하며 스파이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군가를 감시하고, 그들의 각본대로 움직여야 자신이 누리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으며 그들의 필요가 다되면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  어릴때부터 그렇게 키워졌거나, 특별한 능력이 인정되어 발탁되곤 하는 스파이의 존재는 그러한 활동을 하며 자신과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의심하면서 조금씩 커지게 된다.




54p/

낮과 밤의 인간이 있다.  낮의 인간은 자신의 얼굴을 보살핀다.  밤의 인간은 자신의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다.  그리하여 뭐든 할 수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하면 어떻냐고 생각한다.  지킬 것이 없는 밤의 인간은 무례하다.  자신의 인생에도, 그리고 타인의 인생에도.


130p/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불행하다고 느꼈던 적도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는 안정된 직장이 있었고 어머니도 원하면 일을 할 수 있었다. 한 집에서 한 명만 벌어도 살 수 있었다.  저축을 하고 빚은 거의 없었다.  모두가 지금보다 평균적으로 보면 가난했던 시절이었는데 성실하게 살면 그런 것들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포기를 몰랐다.  내가 노력하면 나는 못하는 것을 자식에게는 해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시절이었고, 실제로 우리 아버지의 인생은 나로 인해 그랬다.


정치, 사회, 자본.  돈이 없으면 현실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있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그것을 누리는 사람과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 현실을 살아가는데 급급한 사람들도 있다.  집은 해마다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내 집마련의 꿈은 현실에선 이룰수 없을것 같기만하다.  쉼없이 일을 하고 있어도 나아지는게 보이지 않기도 하다.  부모대의 부를 보기보단 조부모의 재산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나의 현실이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스파이들의 이야기지만 현실에 대입해보면 그냥 지금 현실의 이야기를 가상세계에 빗대어 이야기 한듯 하기도 하다.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등장인물들은 살아가면서 한번쯤 의심해보고 생각해보지 않았던가? 하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209p/

세상은 지배하기 더 쉬워졌다.  가난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이며 그저 그렇게 살다 죽는 건 억울한 일이 아니며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정해졌다.  원망해야 하는 건 오로지 당신 자신뿐이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를 당하는자.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스파이.  어쩌면 가상의 이야기 같지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스파이들이 세상을 바꾸고자 혁명과 구원을 위해 찾았던 길을 『패자의 서』라는 책에서 찾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되어지고 있지만, 패자는 무엇으로 그 기록들을 남기고 있을까?  책장을 덮고 나서도 끝나지 않은것 같은 이야기에 여운이 남았던 <고요한 밤의 눈>.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275p/

"책은 위험하지.  책을 대신할 유희는 많지만 책보다 생각을 깊이 전달하는 것은 없지.  책을 만드는 데 돈이 덜 들고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사람들 사이를 떠돌면서 불어나니까.  한때 작가는 시대의 양심으로 일종의 혁명가였어.  그리고 혁명가는 거의 모두 작가야.  그들은 말을 해야하고 행동을 하고 이야기를 남기지.  지배자들은 그래서 늘 책을 없애려고 해.  언제 죽을지 모를 세상에 책은 육체가 사라져도 살아남는, 영혼 같은 거거든."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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