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능대신 세계일주 - 대한민국 미친 고3, 702일간 세계를 떠돌다
박웅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수능을 2주 앞두고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두 달 뒤 떠난 호주에서 9개월간 청소를 하며 번 돈으로 세계 일주를 떠나 702일 동안 육대주 24개국을 떠돌았다. 20살에 한국을 떠난 고3 청년은 22살이 되어 돌아왔다. /책표지
책의 제목을 보곤, 설마 했다. 우리나라 고3이 수능을 포기했다고? 그리고 세계 일주를 떠났다고? 가능한 일인가? 이런 저런 생각들이 앞서서 책을 선뜻 펼쳐볼 수가 없었다. 그동안 꽤 많은 여행작가들의 책을 읽어왔고, 에세이들도 읽었지만 소년에서 청년기를 막 시작한 박웅의 여행길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던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프롤로그/
'무언가를 얻지 못했어도 좋아'같이 감상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얻었어야 했다. 대학을 가지 않았고 독기에 가득 차 돈에 목숨을 걸고 살던 내 스무 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했다. 나는 세계일주로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얻어진 내 결론은 '기억'이다.
035~036p/
여행이 진짜 좋은 이유는 거기에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하며 여행을 떠나지만 더 큰 질문을 가지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질문이 먼저 있어야 좋은 답이 나올 수 있으니 질문은 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길 위에서 답보다 많은 질문을 얻었다.
당찬 젊음, 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저자의 나이때였다면 과연 과감하다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생각이 아닐까 싶다. 박웅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 배경엔 부모님의 믿음. 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부모로서 불안해보이기도 했을텐데, 집안의 지원 하나 없이 고3, 수능을 2주 앞두고 세계일주를 떠나겠다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남들과 똑같은 인생을 선택하기보다 본인이 잘하고 하고 싶은 삶을 선택한 박웅. 그의 글을 읽다보면 정말 20대 초반이 쓴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이가 있다. 그를 그렇게 단련시킨건 길 위에서의 시간들, 책, 영화 그리고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만난 사람들과 본인이 직접 겪은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206p/
기성 체제에 대한 거부나 도전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식은 냉정하지만 승패 여부다. 학력 사회에서 대학 진학을 거부하고 취업 사회에서 세계일주를 택했다면 이 선택이 무책임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보여야 한다. 단순히 여러 나라를 탐방하고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 뒤 무사히 한국에 돌아왔다고 '수능대신 세계일주'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짜 게임은 내가 한국을 떠난 2014년 1월 13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내가 한국에 돌아온 2015년 12월 15일에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213p/
광화문 근처의 독립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던 시간이 쌓여 길 위를 떠돌던 나를 낳았고 길 위를 떠돌던 시간이 쌓여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낳았다. 시간이 쌓여 시기가 되는 마법 앞에서 나는 우연과 필연을 구분하지 못한다. 지금 이 시기가 언제 끝날 것이며 이 시기 다음에 어떤 시기가 올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생의 불확실을 따라 부유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237p/
'어떻게 대학을 가지 않고 세계일주를 할 결심을 했어요?' 라는 지난 2년간 3만 7천 5백6십 번쯤 들은 질문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의 궁금증 일것이다. 긴 답변이 이어질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결심을 쉽게 해준 한 가지 이유에 대해서만 쓰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독서다.
260~261p/
한국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독서였다. 외국에서 보아둔 책들을 모두 사서 읽고 있다. 학교도 안 가고 직장도 안 다니니 시간이 많다.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다음 행보는 무엇이 되어야 할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다.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보다 뒷부분 여행을 다녀와서 그의 생활 변화,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 더 눈에 띄었다. 동갑내기들보다 훌쩍 성장한듯 보이는 박웅,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여행하는 동안 보아둔 책을 구입해서 읽는거라고 하니, 아마도 지독한 책벌레 인듯하기도 하다. 여행기 중간중간 다양한 작가들의 문장을 인용하는 걸 보고 책 좀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아마도 부모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내 자식이 이만큼만 앞가름을 할 수 있다면 전적으로 믿고 놔두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요람에서 결혼까지(?) 부모들의 참견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삶을 두고 보기엔 과감한 선택과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박웅이지만 그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마음대로 살되 잘 살 것이다.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 라는 저자의 다짐 처럼, 그의 다음 이야기를 조심스레 기다려보고자 한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