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다 -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진은영 지음, 손엔 사진 / 예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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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여름이 가기 싫어 다시 돌아오는 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추석도 지났고, 이젠 본격 가을이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야 할 시기에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으니... 몸과 마음은 가을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지만, 여름은 쉬이 떠나고 싶지 않은듯 하다.   그러다 묻득 마주한 시시하다 , 는 '보잘것 없음' 이라는 겸사에 더하여 '여러 편의 시'라는 뜻이 숨어있고 동시에 '시가 필요한 시간이라 명할 수 있다.  고운 단풍을 연상케하는 책표지에 한 손에 쏙 들어오느 가벼운 책이 가을내 손에서 놓지 않을 듯한 책을 만난듯하다.  진은영 시인이 고른 92편의 시와 다정한 위로들은 간혹 아는 시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생소한 시들이 대부분이고 한 편의 시와 진은영 시인의 짧은 에세이를 함께 읽다보면 어느새 차분하게 나만의 시를 마주하고 있는 감상에 젖어들게 된다.  '시' 는 오롯이 혼자 조용히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동안 시를 읽지 않다 최근들어 종종 새로운 시집을 찾아 읽어보기도 하고 부러 찾아 읽기도 하고 있다.  때론, 읽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시가 있는 한 편, 몇 번을 읽어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시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시' 란 그런게 아닐까?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 될 수 밖에 없는 함축적인 글.


어쩌면 제목보다 책표지에 짧은 한 줄의 소개글에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애착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詩時 시시하다, 라는 제목도 범상치 않지만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는 표현이 너무도 다가와서 한참이나 읽고 또 읽고 했던것 같다.  매번 책장을 펼칠때마다 한번씩 읽게 되서 마음에 담기게 되었던 글이었다. 



내가 멍하니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내가 생각에 빠져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왜 그리 멍하니 있느냐고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다 보니

바다,

바닷가를 헤매다 보니

내 좁은 방. 

/ 알 수 없어요. 황인숙


제목만 보고 시집을 들었다가 몇 번을 읽어도 그 시인과의 감성이 맞지 않아 들었다 내려놓았던 시집이 몇 권 있었는데, 많은 책들과 장르중 나와 맞는 책이 있고 작가가 있지만, 정말 내게 다가오는 글은 많지 않다는 걸 글을 읽을때마다 느끼곤 한다.   하지만 조금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시도 진은영 시인의 글을 읽으며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조금더 다양한 시들을 찾아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비가 뿌리고 조금은 시원해진 오전, 어쩌면 시시한 에세이를 읽다가 한동안 머물게 되는 페이지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시시한 계절, 시시한 시간, <시시하다> 한 권 곁에 끼고 보내보는건 어떨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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