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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 백발의 히치하이커, 배낭 메고 떠나다
힐러리 브래트 외 지음, 신소희 옮김 / 책세상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걸 느끼고 있다. 짬짬이 국내여행은 물론, 조금의 일정이라도 좋아하는 나라를 자주 방문하는 이들은 가까운 지인들도 꽤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론 나이가 들어서 국내여행을 다니고 해외여행은 조금이라도 젊을때 나가는게 좋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바꿔주었다. 자녀들을 다 키우고 사회에서도 일을 점점 손에 놓은 그들이 여유롭게, 그리고 과감한 모험을 시도했다. 책을 읽다보니 최근의 일들이 아니라 이 노년의 작가들은 여행이 일상이고 생활로 느껴질만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는 과감한 꽃청춘들...
이제 70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분명 이보다 더 점잖은 취미를 즐기고 있어야 마땅했다. 영국 여름날의 향기가 바람결을 타고 흐르는 내 평화로운 정원의 안락의자에 앉아서 한 손에는 얼그레이가 찰랑이는 찻잔을, 다른 손에는 좋은 책 한 권을 든 채로 책장을 넘기다가 깜빡 오후의 낮잠에 빠졌다 깨어난다는지. 하지만 그 대신, 나는 무척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된 기분을 느끼며 광대한 아프리카 한구석에 서 있었다. /p87~88 사자와 산책하기
벼랑에서 뛰어내린다는 게 평소 내가 할 법한 행동은아니었기에, 내게는 어느 정도 부추김이 필요했다.
나의 네팔 여행 가이드 크리스티나가 격려의 말을 건넸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그래도 항상 처음이란 건 있기 마련이잖아요.' 나는 이렇게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환갑을 맞으며 했던 다짐 때문인지 한편으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언젠가 죽어야 한다면, 미지의 기류를 타고 새하얀 안나푸르나 위로 솟아올라 죽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사한 방식이 아닐까? /p95~96 매와 함께 뛰어내리다
나이가 들면 성장한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다 했으니, 편안한 노후를 즐기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자신의 삶을 찾아 과감하게 세상속으로 뛰어든 노년의 청춘들은 자전거 세계일주, 카누여행, 야생에서의 관찰, 낯선문화를 경험하기 등 새로운 것을 찾아 끊임없이 길 위로 나서고 글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여행에세이. 노년의 생활을 이들보다 더 활기차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백 세 시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보통 혼자서 여행하며, 절대로 단체 여행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새로운 도시를 느끼기 위해 그냥 슬슬 돌아다닌다. 관광객 눈앞에 전시되지 않는 것들을 보기 위해 좁은 골목을 쑤시고 다니는 것이다. 앞마당에 가꾸어진 식물들을 둘러보며 이 지역의 사철 날씨와 거주자의 성격을 짐작해보고, 슈퍼마켓 통로를 거닐며 고향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살핀다. 맥도날드에서 간식을 먹으며 그 나라 젊은이들의 앞날을 예상해보거나, 내 고향에까지 영향을 끼칠 만한 현지의 유행이 있는지 둘러본다.
나는 여행장소를 포괄적으로 알고 싶다. 그곳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나쁜 것, 일반적인 것을 해당 도시의 주민처럼 알고 싶다. 하지만 이는 단기 방문자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우호적으로 행동하고 러시아 관광국의 지시를 따르면서, 그것에 구속받지 않고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 /p130~131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을 가진 여성과 보낸 하루
나이가 들어가며 당연히 아픈곳도 있고 느려졌고, 길 위에서의 여행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노년의 여행으로 바라보는 여행지에서의 시선은 살아온 세월의 경험과 시간을 담은 그들의 시선으로 조금 더 애틋하게 보여진다. 과연 나도 그들처럼 오지에서 때론 새로운 모험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지만 책에 수록된 꽤 많은 노년작가들의 글은 어쩌면 나도 2~30년 후에 이런 글을 한 편쯤은 써 볼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이듦은 나를 느려지게 했지만, 나의 모험심을 없앤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여행이란 단지 경이로운 명소들을 서둘러 주워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들을 아름답게 하는 작은 존재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마르셀프루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진정한 발견의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p305 투겔라협곡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