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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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일이 있어도 아침 식사만은 함께 해야하는 가족.  하지만 네 가족이 사는 집은 너무나 고요하다.   사업가인 아빠 서용훈, 고상한 엄마 유미옥, 좋은 유전다는 다 가지고 태어난 듯한 큰 딸 서혜윤, 자신이 가진걸 누리고 살 줄 알지만 웃는 얼굴 뒤에 뭔가 결핍되어 보이는 둘째딸 서혜란.   여느날과 다름 없던 조용한 아침식사자리에서 자신의 섹스동영상이 유출 된 것같다는 폭탄 선언을 한 혜윤의 발언에 서용훈은 조용히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사람 일이란 자고로 없었던 듯 지내다보면 기억 한구석으로 밀려나게 되고 종국엔 정말 없는 일처럼 되는 법이었다. /p25


어린 시절 그녀는 모든 것을 갖춘 집안에 딱 하나 부재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가족이 사는 집이라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바로 소음, 혜윤의 집에는 소음이 없었다.  큰 소리로 싸우거나 우는 사람, 홧김에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일, 아침부터 현관 앞에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일이나 용돈을 덜 주고 더 받으려는 심오한 실랑이조차 없었다.  심지어 갈아 만든는 음식 재료도 소음방지 유리칸 안에서 조용히 만들어졌다.  물론 잦은 싸움은 문제가 되지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며 아예 싸우지 않는 것 또한 괴상한 일이었다.  사랑은 건강한 싸움을 밑거름으로 자라나야 한다.  하지만 그녀의 집안에서는 그 누구도 싸우지 않는다.  문제가 없었을뿐더러 혹시라도 문제가 발발하면 가족 개개인의 방식대로 각자 회피하거나 해결했다.  혜윤은 남들이 고요라고 말하는 그 적막함이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p55


결혼을 전제로 집안끼리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나온 이야기라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는 용훈은 믿었던 딸의 이야기가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동영상 유출이라니, 어떻게든 일이 커지기 전에 해결을 해야했다.  이런 언니의 발언에 놀랍기만 한 혜란은 친구인 진환을 통해 언니의 행방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포착된 고진욱이란 남자.  아빠가 손을 쓰기전에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혜란은 진욱을 미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지만 조금씩 틀어지는 계획, 진욱 본인도 이 가족들 틈에 끼기 시작하며 이 사건의 시작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소외되었다는 사실을 자기방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스로를 방관자라고 여기는 것이다.  혜란이는 집안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면 매번 남의 일처럼 두 손을 놓은 채 그에게 이야기를 풀어놓기만 했다.  그녀의 가족들이 혜란이를 믿지 않고 있다는 건 동네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조용히 있으면 돼.  침묵은 모든 걸 지운다?  어때, 내 말 멋있지?" /p91~92


지금 나는 행복한가.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아니, 잘 사는가보다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만 한다. 

그런데.... 제대로 산다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p137


가족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한건 혜윤의 동영상 유출 사건이 계기가 되었지만, 그로 인해 가족들이 서로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용훈과 미옥의 가정에도 작은 소음들이 일기 시작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내기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역할을 했던 가족들은 자신들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듯 하다.  완벽한 가족이 있을수 있을까?  저마다의 속사정이 있고 아픔도 있을 것이다.  이 고비만 넘기면 괜찮아지고, 살아지는게 삶이 아닐까?  죽을것 같이 힘든 순간도 시간이 흐르고 지나보면 별일 아닌듯 느껴지게 되는 순간도 있으니 말이다.  나만 평온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다른이의 불행한 소식을 들을 때면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범하게 사는게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평범하게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다른이들의 삶은 너무도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여 부럽기까지 하다.   이야기의 소재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시작했지만 가족들은 서로를 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화자가 돌아가며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 나가는데, 저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의 모습은 이렇게 극단적일리는 없겠지만, 나름의 균열을 보듬어안고 살아가는게 아닐까? 이 가족은 위기를 해결해 가면서 가족 구성원이 소리내어 이야기하고 싸우는 방법을 배워간다.  작가의 말처럼 소리내어 이야기하고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상대에게 나에대해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도 하지 않다보면, 쉽지않은일.  정말, 가장 쉬운일은 상대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니까....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우리는 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더라도,  그 소리가 가끔은 소음일지라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대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그 사람이 내는 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관계가 어긋난 순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상대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다.  한동안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무뎌지고 떠올리는 빈도가 줄어들며,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며 지내게 될 시간은 반드시 온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던 사랑보다는 그렇지 못한 채 끝낸 사랑이 더 오랜 후회를 남기는 법이다. 솔직하게 나의 속마음을 마주하고 그 안에 보이는 그 사람의 얼굴이 아직은 소중한 존재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 적막이 더 빠르게 차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최선을 다해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작가의 말  p22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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