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br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br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br />바꾸게 하는 힘이 아닐까.<br />시간은 느리지만 결국<br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한다.<br />나는 그것이 시간이 하는 일이라 믿는다. /p14


20대 중반즈음 이었나?  어린시절 보던 만화들을 DVD로 구입해서 쉬는날이면 집에서 틀어놓고 보곤 했었다.  <빨강머리앤> <키다리아저씨> 그리고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몇 편.... 어린 시절 추억어린 향수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그 당시엔 어린 마음에 고난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마음뿐이었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보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뚝뚝하고 가끔은 너무나 미웠던 마릴라 아줌마, 답답스러울 정도로 묵묵했던 매튜 아저씨.  그런데 그들의 앤을 향한 애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p42


마음의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과연 어린 시절의 우정이 가장 순순한 관계일까.

어린 시절의 우정이 꼭 마음의 친구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끊어지거나 소원해지는 관계도 많고, 새롭게 맺어지는 관계들은 점점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상엔 생각보다 다양한 우정이 존재한다. /p83


블로그를 시작하며 닉네임을 고심하다 떠올랐던게 빨강머리앤 이었다.  그녀처럼 매사 긍정적이고 밝게 바라 볼 수 있다면.... 이라는 마음이 컸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지라, 빨강을 까망으로만 바꿔서.... 지인들 사이에선 '앤양'으로 더 통하고 있다.  백영옥작가도 그렇지 않았을까?  인간관계에 실패하고 소설가기 되겠다는 오랜 꿈에서 멀어지면서 힘들었던 시기 앤을 다시 만나기 시작하면서 문장으로 옮겨 문장으로 다시 만나면서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가끔 그 어떤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 시기가 있다.  분명 사랑하는 가족들, 지인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내 안의 자존감은 내 문제일테니... <빨강머리 앤>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삶은 살아 볼 만하다고, 수다쟁이 그녀와 함께 하다보면 내가 당면한 현실의 문제들이 조금은 옅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꿈과 현실, 그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이 두부를 자르듯 명확히 잘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살면서 어떤 종류의 고통을 참을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p170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시간은 죽도록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하게도 만들고, 정말 싫어했던 사람을 좋아하게도 만든다.  사랑이 타이밍이 아니다.  타이밍 자체가 사랑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랑하고, 누가 더 오래 사랑하느냐의 문제가 많은 연인들을 시작하게도, 이별하게도 만든다.  그래서 앤과 길버트의 사랑을 보며 나는 이렇게 되뇌곤 했던 것이다.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고. /p219


사람들은 과거는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과거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젠 안다.  정확히 말해 과거의 '의미'는 내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변한다.  나는 과거가 뒤바뀐 사람들을 줄곧 관찰해왔다.  성취가 실패로, 상처가 성숙으로, 행운이 불행으로, 분노가 기쁨으로 말이다.  /p328


마흔이 되고나니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것 같고, 앞으로 살아야 할 삶이 조금은 겁이나 가끔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하곤 한다.  한숨 섞인 푸념처럼.....그럴때마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있다.  "넌 아직 젊으니 살아갈 시간도 많아, 니가 하고 싶은걸 시간이 허락 하는한 많이 경험하고 해봐라."  환갑을 넘겨 칠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엄마에겐 난 언제까지 엄마의 딸이고 어린 자식이겠지...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어린 딸이라는 느낌보다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지로 느끼고 있다고 느낀건, 엄마의 젊은 사고방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라고 왜 걱정 되지 않겠는가...  앤이라면 지금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었을까?  아마도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랑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다.  가끔 과거의 시간들을 그리워 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현재의 삶을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을 이야기 해준 백영옥작가의 글을 읽으며 몇 년후 다시 읽었을때 다가올 감상이 조금 기대되기도 했다.  생각난김에 DVD를 꺼내 봐야겠다.  더위가 기승인 요즘, 앤과 함께 해보는건 어떨까?  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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