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프터 유 - <미 비포 유> 두 번째 이야기 ㅣ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윌을 만나 진짜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죽음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루이자. 죽음으로 영원한 실연을 당한 루이자는 고향을 떠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런던에 정착하지만 혼자 살아있다는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녀가 좁은 곳을 떠나 넓은 곳에서 넓은 세상을 보며 살길 원했지만, 남아있는 사람이 감당해야하는건 그리운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과 더이상 함께 할 수 없음, 그리고 그를 위해서 더 할 수 있는건 없었는지에 대한 죄책감 같은게 아니었을까? <미 비포유>에서 윌이 어쩌면 루이자로 인해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하지만 윌은 끝내 자신의 선택대로 했고 남겨진 루이자는 그러한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우리가 날마다 따르던 일과가 사라지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몇 주가 지나서야 겨우 그의 몸을 날마다 만질 수 없어도 손이 쓸모 없이 느껴지지 않게 됐다. 단추를 채워주던 부드러운 셔츠, 가만히 씻어주던 따뜻한 손, 아직도 손끝에 감촉이 느껴질 것 같은 매끄러운 머리카락, 그의 목소리, 갑자기 터뜨리던 그의 드문 웃음, 내 손가락에 닿는 그의 입술, 잠들기 직전 그의 눈꺼풀이 내려앉던 모습이 그리웠다. 내가 한 일에 아직도 경악하고 있는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만, 그런 일을 저지른 루이자를 자기가 키운 딸이라고 여길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사랑한 남자와 가족을 동시에 잃어버리고 내 존재와 연결된 모든 것을 상실했다. 연결된 것 하나 없이 미지의 우주를 부유하는 기분이었다. /p37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면, 감당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그 사건이 자꾸만 떠오르고, 불면의 밤이 계속되며, 머릿속으로 그 사건을 끊임없이 되뇐다.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필요한 말을 한 것인지, 상황을 바꿀 수 있었는지, 조금이라도 다른 대처를 할 수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p52~53
공항의 바에서 일하며 매일 떠나고 도착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던 루이자는 옥상 난간에서 술에 취해 떨어져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어쩌면 살아난게 기적일 정도로 크게 다쳤던 루이자는 회복 되는동안 고향 부모님의 집에 몇 주간 머무르게 된다. 윌과 머물렀던 성을 바라보며 다시금 떠오르는 생각들과 고향사람들의 시선에 다시금 괴로워 지고...
"행복에 자격이 있을까요?"
"그럼 루이자는? 윌을 많이 좋아한 걸로 아는데..."
"그 사람은 이기기가 어려운 상대죠."
목이 메는 것 같았다. 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 나를
트레이너 씨가 빤히 쳐다보았다. .
"아들은 삶을 즐겼소, 루이자. 그건 잘 알지 않소."
"하지만 그게 바로 삶의 의미가 아닐까요?"
트레이너 씨는 가만히 기다렸다.
"그 사람은 우리보다 더 잘 살았어요."
"루이자도 그렇게 될 거요.
우리 모두 그렇게 될 거요. 각자의 방식으로." /p163
가끔은 우리 모두가 슬픔 속에서 헤엄치며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헤엄치고 있는지, 아니면 빠지고 있는지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p228
런던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한 소녀, 자신이 윌의 딸이라 이야기하는 릴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이 온다. 그가 이세상에 남긴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핏줄이 나타났다. 그가 대학시절 사귀었던 타니아 밀러와의 사이에 자녀, 윌은 릴리의 존재를 몰랐고 윌이 죽고나서야 16살, 그녀의 딸이 나타났다. 윌이 죽기전 릴리의 존재를 알았다면 그는 자신의 선택을 바꿨을까? 타니아가 재혼을 해서 이룬 가정에 적응하지 못했던 릴리는 자신이 속할 가정은 없다고 생각했던걸까? 세상을 떠나고 없는 아빠의 가족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루이자를 찾았지만, 아직 윌이 세상을 떠난 충격으로 힘든 가족들에겐 희망이지 않았을까?
릴리는 나와 극과 극으로 다른 사람이었다. 릴리는 상처를 혼자 다스리거나 참지 않았다. 그걸 잊으려고 달려나가 술에 취하고 무슨 짓이라도 했다. 릴리는 내 생각보다 더 제 아빠와 닮았다. /p170 <br />
"보고 싶었어요, 루이자 클라크."
그러자 그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고. 그를 원하지만 그를 원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나의 행복을 전적으로 남에게 의존하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운에 기대는 것이 싫다. /p314
가끔은 주위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누구나 살면서 피해를 끼치게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라킨 씨, 당신의 부모만 망쳐 놓은 게 아니랍니다.' 갑자기 잘 닦은 안경을 쓴 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면 거의 모두가 잃어버린 것이든 빼앗긴 것이든 그저 무덤으로 사라진 것이든, 사랑의 무자비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윌이 우리 모두에게 그런 상처를 남겼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살기를 거부함으로써 상처를 남겼다.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그 세상에 남아줄 만큼 나를 사랑하지는 않았던 남자를 나는 사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사랑할지도 모르는 남자를 두려워서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p445
릴리가 루이자의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트레이너가의 가족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생기면서, 루이자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그녀가 응급차에 실려가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던 샘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지만 그런 선택을 해도 되는지를 고민할 시간도 없이 릴리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배다른 동생들이 태어난 가정에선 내쳐진 기분이고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릴리는 밖으로 돌며 어울리지 말아야할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의 힘으론 수습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생각에 숨어버리고 만다. 릴리의 엄마는 늘 그랬듯 어딘가에 있다가 다시 나타날 거라며 방치하고, 그녀는 자신의 일상도 뒤로하고 네이선이 추천한 뉴욕에서의 중요한 일자리도 포기한채 릴리를 찾는다.
나는 바깥에서 들여다보듯이 그들을 보았다. 그들의 농담에는 함께 웃었고 부적절한 눈물이나 판단 착오에서 나온 말에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는 동안 분명하게 느껴진 것은 어쩐지 내가 그들과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리를 건넜다. 그들의 고통은 더 이상 나의 고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윌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리워하는 것을 멈춘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내 삶이 다시 현재로 돌아온 것 같았다. /p497
루이자는 행복해졌을까? <미 비포 유>를 읽으며 존엄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윌과 가족들, 그리고 그가 다시 의미를 갖게 되었던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대로 삶을 마감했던 그의 인생에 대해 무엇이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애프터 유>를 읽으며 삶은 선택에 의한 여러 갈림길이 있지만 그것을 책임지는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500여페이지가 넘는 꽤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뛰어나 멈출수가 없어 늦은 새벽까지 읽기를 이틀 정도하니 다 읽은 게 아쉬울 정도로 금방 읽었던 <애프터 유> 어쩌면 열린결말의 맺음이라 그들의 뒷이야기가 조금은 더 궁금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떠난 사람이 남은 뒤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렇게도 진행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에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아, 어쩌다보니 리뷰가 너무나 길어졌지만!!!
자칫 무거울수 있는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요소에 있는 웃음 코드가 있어서 재미있고 행복했던 <애프터 유> , 이제 곧 개봉할 <미 비포 유>를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보여요? 나 여기 이 끝에서도 살아 있어요. 당신이 말한 대로 살고 있어요!'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