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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완전한 삶
엘런 L. 워커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 없이 살기로 한 이들에겐 확신을,
망설이는 이들에겐 균형 잡힌 시각을 주는 책 / 책표지
이 책에는 아이 없이 사는 다양한 유형이 등장한다. 우선,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자녀를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유형이 대다수였다. 즉 어쩌다 보니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이다. 두 번째 유형은 애초에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이 점을 늘 명확히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세 번째 유형은 아이를 워하짐나 가질 수 없어서 가슴 아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간단히 말해 '어쩌다 보니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 '아이 없이 사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 '마음과 달리 어쩔 수 없이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로 나뉘지만, 가끔은 각 유형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p20~21
아이 없는 삶을 결정한 사람들. 자의에 의해 그렇게 결정한 사람도 있을 테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아마도 그 중간 어디 즈음 이겠지만.... 이십대가 지나 삼십대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결혼을 하면 나도 아이를 낳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가끔은 내게 모성애라는건 없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조카들을 보면 너무나도 예뻐서 어쩔줄 모르지만, 동생들이 아이를 키우는걸 곁에서 보면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낸다는건 절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오죽하면 '난 매일같이 쉬는날 없이 일 할 수는 있어도 아이는 못키울거 같아' 라는 말을 내 입으로 했을까.
"자기 결정에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난 늘 어정쩡했거든요. 내가 아이를 진심으로 원한 것 같진 않지만, 이로 인해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놓쳐버리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p36
러네이는 임신과 낙태를 거치고서야, 자신은 아이를 원하지만 상황에 떠밀려 아이 없이 사는 사람이 되었음을 안 것이다. 낙태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만약 아기를 낳고 살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러네이는 낙태 결정을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그때 아이를 낳았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지금쯤 어엿한 젊은이가 되었으리라.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러네이는 상실감과 슬픔을 애써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었다. /p56~57
특히, 여자들의 경우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지 않다면 연인이나 결혼하게 되는 배우자에 따라 출산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받게 되는것 같다. 예전같으면 결혼=출산=가정 이었지만 요즘이야 어디 그런가? 10년 전 만해도, 결혼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고 둘만 살기로 했다고, 했던 친구가 종종 있었는데, 그땐 그들의 선택이 과연 얼마나 지속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부부가 사랑으로 함께 사는건 몇 년 되지않고 나머지 긴 인생을 함께 하기 위해서 아이를 키우는게 아닌가? 라는 부모님 세대의 생각들.... 그러나 요즘 보면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희생해서 키워낸 아이들이 늙은 부모를 공양하던가? 나를 위해 살던 삶이 아이를 낳는 순간 모든 목표가 아이로 바뀌는 삶. 그리고 그 아이가 커서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나가기까지의 20년 정도의 공백을 노후가 되어 견딜 수 있을 자신이 있을까?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자녀를 가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자녀 없이 사는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일부 부모들은 자녀를 낳은 일을 후회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p72
"나는 우리 몸 안에 생체 시계가 있다고 믿습니다.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면 잠에서 깨는 것과 같은 원리겠지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아이를 낳지 않을 테니 내 이름도 나와 함께 사라지겠구나.' 참담했습니다."
생체 시계의 째깍거림에 조바심을 느끼는 시기에는 부모가 되려는 순수한 갈망 이상의 요소들이 판단에 개입한다. 하나는 동년배 집단의 압박으로 친구들이 자녀를 낳는 모습을 보면서 집단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하나는 우연이다. 누구와 사귀느냐, 사귀는 사람과 무슨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시간을 쓰는 방식과 감정 에너지를 표출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p87~88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미래를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노인 돌봄 서비스 비용을 비롯해 여생내내 쓸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 유산 상속에 관해 명확한 지침을 남겨둬야 하며, 사망 선택 유언도 미리 해두어야 한다. /p254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제일 부러웠던건 자신의 삶을 확고하게 결정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후회할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게 아니겠냐며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니.... 분명 아이로 인해 얻는 인생의 반짝이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꼭 내 아이를 통해서 만이 아니어도 조카들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도 많이 흔들렸던건 사실이다. 이제 노산을 넘어 출산이 위험한 나이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군가를 만난다는게 쉽지 않음을 알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계획하고 더 재미있게 살아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때로 힘든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마라톤 훈련을 하고, 일주일에 60시간씩 일하며 경력을 쌓고, 부모로서 아이를 전적으로 돌보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을 동시에 다 해낼 수는 없다.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잘 판단해서 선택해야 한다.
옳은 길도 틀린 길도 없다. 그저 여러 갈래의 다른 길이 있을 뿐이다. 아이가 없다면 택할 수도 있는 몇 가지 길을 부모가 됐다면 포기해야 한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혹은 생물학적 조건으로 부모가 될 수 없었다면, 인생의 다른 목적을 찾아 즐겁게 살면 된다. 우리의 사명은 각자 내린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풍요롭고 알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p270~271
저자의 말처럼 옮은 길도 틀린길도 없으며 그저 여러 갈래의 다른 길이 있을 뿐이다. 그 길을 선택함에 있어 따라오는 부수적인 요소들은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 않을까? 책의 제목만 보고 판단하지 마시길, 책을 읽으며 그동안 실타래 같이 복잡했던 생각들을 조금은 정리 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결혼적령기가 많이 늦어지고 있고, 주변에 비혼을 선언한 사람들도 꽤 되는 요즘, 그래도 아이는? 이라는 고민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중이라면 한 번쯤 일독하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