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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사찰여행 55 -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여행지
유철상 글.사진 / 상상출판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쉬고 싶다 생각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산림욕장이 있는 숲속의 펜션들이었다. 낮엔 내리쬐는 햇빛 속에 길을 거닐기도 하고, 평일의 고즈넉한 산사를 조용히 돌아보기도 하고 어두워지는 밤엔 숙소창가에 앉아 내다보는 깜깜한 밤하늘의 별이 도심의 그것과는 달라서 좋아하곤 했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산사를 가끔 찾다보니 절에서 꼭 무엇을 하지 않아도 고요한 그 내부에서 나도 모르게 위안을 받고 나오곤 했던것 같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가끔, 힘들때면 가까운 절을 찾곤 한다. 꼭 공양을 드리거나 절을 하기 위해선 아니지만 그곳을 가는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끼곤 해서 였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에도 무게가 있을까? 없다면 가슴 한편을 짓누르는 이것은 무엇인가. 생각에도 크기가 있을까? 없다면 머릿속을 꽉 채운 이것은 또 무엇일까. 크게 부족하지 않은 삶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음에 텅 빈 공허감이 몰려왔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친구도, 행복도, 즐거움도 간 데 없고 삭막한 도시의 도로를 위태위태하게 걷고 있는 내가 있었다. / 저자의 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무게가 없을 수 있을까? 삶은 점점 힘들어 지는것 같고, 다른이들은 즐거워 보이는데 나만 힘든것 같아 괴롭다. 그것을 좀 떨쳐내고 싶지만 또 버티고 버텨 하루, 한달, 일년을 살아내고 살아내다보면 어느덧 빵빵하게 부풀은 마음의 짐을 어디 하소연 할 곳 없이 끌어안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이것이 곪으면 짐이 되겠지, 그래서 나만 아프겠지 싶다가도, 해소할 방안을 찾지 못해 아둥바둥하고만 있는 날 보게 된다. 그럴때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곤 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해서 덜어질 짐이라면 누구보다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로 고민들을 털어냈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봄이 되고 부쩍 여행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거 같지만, 아마도 당장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더 책에 집착하는 중인듯 하다. 그러던 중 <나를 위한 사찰여행 55>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10년을 준비했다는 저자의 시작글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의 내용은 참으로 알차다. 걸으며 사색하는 여행이 모티브인 이 책은 휴식 / 마음 / 수행 / 인연 / 여행/ 힐링 등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도 좋지만, 내가 관심 있었거나 혹은 다녀왔던 절 부터 찾아보는건 어떨까? 그간 다녔던 절들 중에 월정사 에 대한 기억이 남달라서 월정사를 찾아보았다.
모든 사찰이나 문화 여행이 그렇지만 특히 월정사 여행은 역사에 얽힌 이야기나 전설을 알지 못하면 그 즐거움이 줄어든다. 월정사에서 시작해 차로 편히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택하지 않고 매표소를 지나 바로 시작되는 전나무 숲은 5백 년을 넘긴 나무가 1km가량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빽빽한 전나무 숲에서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는 것이 월정사 여행의 첫걸음이다. 전나무 숲은 새벽부터 찾는 참배객들에게 청량감과 함께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p146
짧은 몇 줄이지만 이 몇 줄을 읽으며 월정사로 들어가는 그 기다란 전나무 숲길이 생각나고 숲의 상쾌한 향까지 느껴지는 착각을 잠시 경험하기도 했다. 작가의 개인적인 글과 절에 관한 역사나 템플스테이 그리고 이것만은 꼭! 이란 짧은 팁을 알려주고 있어서 모르고 방문하는 것보다 내가 가고자 하는 절에 대해 한 두페이지 정도 읽어보고 가면 여행의 즐거움이 더 배가 되지 않을까? 많은 절들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어서 짧게 또는 길게도 체험을 해볼 수 있다고 하니 잘 찾아보고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다.
43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에 읽었고, 산길이 있어 걷고 싶은 길들에 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종교를 떠나 절은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역사라 가족이 함께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과 체험이 될 것 같다.
사찰여행이 잠시 혹은 오랫동안 자신을 치유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숲이나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걸으며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자연과 사찰이라는 매개로 에둘러 가는 방식이다. 사찰을 걸으며 숨을 가다듬고, 몸의 감각을 예리하게 갈고 호기심을 새로이 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로지 나를 찾아 떠나는 사찰여행은 번거롭거나 경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만 충분히 다잡고 그냥 훌쩍 떠나면 된다. /저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