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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청춘은 누구나에게 빛나는 것일까? 어쩌면 청춘이라는 시간은 반짝이는 만큼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시간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십 대때 동경했던 이 십대가 되어선 다른 이들보다 바쁘게 살아서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삼십대가 되었다. 학창시절 이랄것도 없는 야간대를 다니며 직장생활을 병행했고 IMF 시기에 그 어렵다는 취업을 운이 좋게(?) 해서 그 당시에 뭘 하는곳인지도 몰랐던 증권회사에 입사해서 20대 중반~30대 초반을 보냈다. 어쩌면 나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던 바빴던 시간들을 삼십대 후반이 되어서야 하고 있는걸 보면 누구나 살면서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게 삶의 어두운 터널인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모리 아키마로의 청춘 연애 미스터리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는 명문대 취리연구회의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청춘은 긴 터널이다.
다들 눈을 질끈 감고 싶어질 정도로 눈부신 빛을 향해 달리고 있을 터이지만, 터널의 한가운데에서 빛은 보이지 않는다. /p52
어쩌면 인생이라는 건 이런 식으로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흘려보내지는 대로 살아가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그걸로 나는 이렇게 줄줄 흘러 나갈 수 있어 행운인지도 몰랐다. /p77
'술'자리를 즐기긴 해도 즐겨마시진 못하는 편이라 술을 좀 잘 마셨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글의 소재가 술이다보니 다양한 사건들이 너무도 어색하지 않게 벌어지고 어려운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까지 풀어져서 괜찮을까? 싶은 사건들도 긴 인생에서 이 정도의 방황은 이 시기에만 가능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웃음 짓게 된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과거 잘 나갔던 아역배우 사카즈키 조코는 자신의 과거를 들키고 싶지 않아하고, 도쿄의 도야마 대학의 유서깊은 '추리연구회'에 가입하러 가던중 미키지마 선배의 이끌림에 '취리연구회'에 가입하게 된다. 그녀가 양조장의 딸이라는 것이 취리연구회에서 조금은 강점이었을까? ^^
"술이든 뭐든 취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사람은 비틀거리면서 나아갈 수 있어." /p100
"목적이란 게 때로는 달처럼 구름 너머로 숨어 버리곤 하잖아. 인간이라는 것도 아무리 발아래를 똑바로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득 어떤 타이밍에는 뭘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르게 되는 생물이라고, 그래서 아마도 달을 보는 거겠지. 달이 뜨지 않는 밤에는 '그런 거지.'라고 포기할 수 있고, 또 달이 뜬 밤에는 '좋아, 그렇다면 나도!'라고 할 수 있잖아." /p189
꽃에 취하는 로직 / 공에 취하는 로직 / 해변에 취하는 로직 / 달에 취하는 로직/ 눈에 취하는 로직 등 총 5개의 짧은 단편 형식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글은 단편 특유의 끊어지는 듯한 문맥을 묘하게 비켜가며 흐름이 자연스러워 쉼 없이 읽어내려갔다. 어쩌면 꽃이 만발하는 계절 시작으로 한 해를 지나며 취리연구회와 함께 한 해를 보내고 그들과 함께 나도 취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대학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보니 학생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학창시절을 즐기는 이들은 1,2학년에 국한 되는것 같다. 2학년 후반에 접어들면 휴학으로 시간을 벌고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 학원, 시험, 취업준비 등으로 바쁜 아이들을 보고 있지면 그런 그들의 청춘도 조금 부럽긴 하지만 내가 그런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지나온 시간들을 궂이 다시 돌아가고 싶을것 같진 않다. 캠퍼스와 술 그리고 소소한 미스터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던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봄날 캠퍼스에 앉아 읽어도 참 좋을것 같다. 가벼운 낮술 한 잔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여전히 인생의 목표는 보이지 않았다.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도, 지금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앞으로의 삶에서 한번 더 무언가를 연기할 수 있다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뭘 할 수 없는지 그런 시시한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무언가를 행하는 것도 내가 아니다.
손님을 취하게 만드는 술은, 시나리오 속 허구의 인물.
신체는 그 그릇 같은 데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가능해졌다.
스스로를 조이던 방해물을 하나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이렇게까지 색채가 풍부해졌다. 4월에 비해 마음이 가벼워졌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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