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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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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하고 많이 알려진 작가의 글일 수록, 난 이상하게 거부감을 갖는 작가들이 있다.  아마도 내가 편하게 읽지 못할 글을 쓰지 못하는 분들이 아닐까 싶은데... 김훈 작가도 그 중 한 사람.  이분의 책을 꽤 소장하고 있음에도 손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출간 전부터 작은 미니북으로 만나보았고, 꽤 많은 매체에서 홍보를 하고 있었지만, 단순히 제목만을 보고 <라면을 끓이며> 라는 제목이니 먹는것에 대한 이야기 일까? 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부박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라면은 규격화되어서 대량소비되는 음식이다 라면의 인 속에는 수많은 남들이 나와 똑같이 이 미끈거리는 밀가루 가락을 빨아들이고 있으리라는 익명성의 안도감도 작용하고 있을 성싶다.  이래저래 인은 골수염처럼 뼛속에 사무친다. /p17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라면 포장지에는 끓는 물에 면과 분말수프를 넣고 나서 4분 30초 정도 더 끓이라고 적혀 있지만, 나는 센 불로 3분 이내에 끓여낸다.  가정에서 쓰는 도시가스로는 어렵고, 야외용 휘발유 버너의 불꽃을 최대한으로 크게 해서 끓이면 면발이 붇지 않고 탱탱한 탄력을 유지한다.  면이 불으면, 국물이 투박하고 걸쭉해져서 면뿐 아니라 국물까지 망친다.  그러나 실내에서 휘발유 버너를 쓰는 일은 위험해서, 나를 따라하면 안 된다(어린아이 조심!).  /p29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것들 밥/ 돈 / 몸 / 길/ 글  이렇게도 글을 시작할 수 있구나 하면서 읽기시작한 책은 가볍게 시작했지만 가벼울 수 만은 없었던 글이었다.  살고자하면 먹어야하고, 먹기위해서 돈을 벌고, 돈이 생기니 외모에 조금더 치장을 하고 싶어지고, 살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것 같다.   김훈 작가의 라면 끓이는 법에 표시를 해놓고 읽었던 다음날 이 방법 그대로 라면을 끓여보았더니, 기분탓이었을까?  그동안 먹어왔던 라면과는 다른데?  라며 몇일간 라면에 집중해보기도 했다.



전기밥솥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에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p71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다.  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빈다. 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든지 불행이 되든지, 그저 하루하루가 별 탈 없기를 바란다.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또 그렇게 순하게 세월이 끝나기를 바란다. 

죽을 생각 하면 아직은 두렵다.  죽으면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p137



산다는건 기쁜일보다 견뎌내고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 더 길 지도 모른다.   어떠한 식품보다도 손쉽게 자주, 가까이 먹을수 있는 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을 라면을 라면에 비유한다면 조리방법 만큼이나 다양한 삶의 군상들을 만날 수 있으니... 사실 쉽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작가의 무게가, 연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산문집이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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