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건 가보지 않는 길을 가는 모험하는 기분인듯 하다.  엔도 슈사쿠.  이 책은 그의 에세이지만 <침묵>이란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던 작품이라고 한다.  1950년대 전후 최초의 유학생 신분으로 프랑스 리옹에서 공부를 했고, 책에도 여러번 나오지만 자신이 소설가가 될 줄 몰랐다고 한다.  또한 폐결핵을 고치기 위해 3번이나 큰 수술을 받았고 늑골 8개를 제거하고 살아가야 했으며 축농증으로 몸이 좋지 않을때면 쾌면, 쾌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몸이 건강하지 못했고 큰 수술을 여러번 해야했고 그 수술로 인해 평생 건강을 신경쓰며 살아야했지만 그는 짓궂은 장난을 좋아해 '고리안'<여우와 너구리가 사는 집> 이라는 별명으로 유머가 넘치는 에세이도 다수 발표했다고 한다.



다른 모든 게 부족했지만 어머니가 나의 유일한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해서, '지금은 사람들이 너를 무시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인생에 맞서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던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강한 의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소설가가 된 지금 돌아보아도, 그때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나는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p49-50



나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배에 가깝게 놀면서도 그 이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멍하니 있는 시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코털을 뽑다가도 가만히 멈춰 있는 순간이 많은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마주하게 되는 이 '멍함의 시간들'을 나는 역동적인 생활의 자양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p99



1장 곁에 있어 좋은 자네들 / 2장 삶은 비극이라네, 웃을 때 빼고 / 3장 나는 나, 이대로 좋다 / 4장 인생에선 무엇도 하찮지 않다 / 5장 고물이 되어서도 힘을 내는 게 인간 으로 구성 되어있는 책은 초반은 가벼운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읽으면서 그 상황들이 상상되서 키득키득 웃기도 하며 읽다보면 어느덧 중반부에 이르게 되고 이야기는 조금 진중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진행된다.



노인네 같다거나 일종의 체념 때문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점차 내 인생을 달리 바꾸어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예전에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시골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겠다거나, 조금만 더 건강한 몸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이런저런 차이점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는 나, 이대로 좋다'라고 저절로 생각하게 되었다.  남을 부러워하는 대신에,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것을 향유하고, 모든 각도에서 (문자 그대로) '만끽'하는 것이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p108



나의 펜대는 지저분하고 흉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큼 가치있는 물건은 없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깨끗한 것, 매력적인 것은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저분하고 흉해진 것을 버리지 않기란 어려운 법이다.  진짜 사랑이란 깨끗한 것에 마음이 끌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나 물건이 아무리 흉해져도 그것을 영원히 버리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p153



문득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보다 많은 그의 다른 에세이가 읽고 싶어졌고, 대표작인 <침묵>이라는 작품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곧 불혹의 나이를 맞이하게 되는데, 지금껏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었는데 이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즐거울 수 있었다.  물론 삶은 개개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재미있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고물이 되어서도 힘을 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 조금은 힘들고 망가져도 힘내서 살아볼 수 있는게 인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을이다.  그럴듯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한 에세이.  가을이 가기전 한 권쯤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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