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좋을 그림 - 여행을 기억하는 만년필 스케치
정은우 글.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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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본 적은 없지만, 여행을 하면서 또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몇 가지는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여행지에서 스케치를 해보는 것, 솔직히 그림은 초등학생인 조카보다도 못그리지만, 간단한 스케치라도 배워서 언젠간 꼭 느릿한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로 그 장소에서의 감성을 나만의 그림으로 남겨보고 싶다는 로망아닌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다 이 책에 시선이 머물렀고 바로 읽게 되었다.  <여행을 기억하는 만년필 스케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고대로 담고 있는 이야기라니!!



​언제든 바뀌거나 또 사라질 수 있는 게 소속감이다.  나이 오십 전에 모두 퇴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소속이 없는 상태로 인생의 절반을 살아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속이나 지위가 없어졌을 때 '나'도 없어졌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우리가 혼자 잘할 수 있는 것, 스스로 재미있게 즐기며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혼자 잘 놀고 싶어서'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처도 간섭을 하지 않는다.  서로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소속이 아닌 '내가 몰입하는 일', '세상 속의 내 역할'로써 나를 증명하며 사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가고 있다. /나의 증명



취향이 자주 바뀌는게 취향이라는 정은우 작가, 이런! 이러한 취향도 나랑 닮았잖아? 라고 신나하며 책을 펼쳤더랬다.  수록된 그림들이 그가 그렸던 색감 그대로 인쇄되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그의 블로그까지 찾아보게 되었고 그가 그린 만년필 스케치들을 흑백이 아닌 블루블랙 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찍고 스치는 풍경과 그림으로 담아내는 풍경은 아마도 생각의 깊이가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과 여행이야기 만이었다면 그냥 그런 스케치 노트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자가 전하는 지역이나 건물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흥미를 갖게된 도시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만년필과 잉크에 대한 호기심이 더 증폭되었다고 할까?  그의 첫 입문용 만년필이 파일롯트 프레라, 요즘 필사중인 내 만년필도 같은 브랜드이기에 더욱 반가웠고 그가 소개하는 만년필 중 하나를 눈여겨 보고 다른 사용자들의 후기도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나는 재현보다 간섭을 좋아한다.  눈으로 풍경이 들어올 때는 잠자코 있다가 보고 있는 장면을 종이 위로 옮기는 순간에 끼어드는 제 나름의 해석이 바로 간섭이다.  간섭은 어떤 대상을 지우기도 하고 특정 장면은 강조하기도 한다.  지금은 그저 타자화된 대상을 내 식대로 해석해보고 싶다는 속셈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편이다. / 투본 강을 건너는 사람들



만년필의 매력은 무엇일까?  필기구지만 손이 많은 가는 필기구 이다.  샤프나 볼펜처럼 사용이 간편하지 않고 길들이는 사람에 따라 펜촉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잉크를 넣어서 쓰느냐, 어떤 종이에 쓰느냐에 따라서도 조금은 달라진다고 하니 그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될 밖에.  스마트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손으로 무엇인가를 그리고 쓴다는건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것 같다.  새로이 시작한 필사를 계기로 만년필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각거리는 느낌과 만년필로 적어내려가는 노트를 보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필사하는 시간을 늘이게 되는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아날로그적으로 무엇인가를 끄적여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  하루 1-20분만이라도..  만년필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호기심이 생길만한 그런 책이다.  가벼운 에세이만은 아니니 가을이 가기전에 읽어보는건 어떨까?  만년필로 무언가 끄적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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