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먹는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어릴땐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침 저녁을 먹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가고 하나둘 출가도 하고 부모님도 나도 자영업을 하다보니 먹는다는건, 그냥 끼니를 때운다는 의미가 더 컸던것 같다.  가끔은 어릴때 엄마가 정성들여 차려주셨던 밥상이 그립기도 하다.   사람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더 높아가는듯하다.  그러한 새로운 먹거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더불어 남자 요리사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통해서 날카로워 보이는 한 남자를 봤다.  요리산가? 평론가인가?  그가 심사하는 눈빛은 정말 날카롭기 그지 없어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것 같았다.  그런 그가 에세이를 발간 했단다.  여기저기서 가끔 보긴 했지만 그의 이야기가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음식을 잘 먹는다는 것은 삶의 가치에 관한 문제다.  무조건 비싸게 과하게 많이 차려 먹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반찬 하나를 놓고 먹더라도, 그리고 여럿이 아닌 혼자 먹더라도, 먹는 행위에 어떤 가치를 두고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음식 먹는 행위를 소홀히 할 때 인간은 공허해진다.  그리고 외로워진다. /p018



다른 요리사 위로 올라가고 싶은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뛰어넘으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려 한 게 아니라 나 자신과의 경쟁이었다.  내 삶의 여정은 늘 그랬다.  남이 기준이 아니라 내가 기준이고 남들이 뭐라고 하건 내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래서 때로는 남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하고 남들에게 위협이 되거나 시기심을 유발한 적도 있었지만 그건 그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싸울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니까. /p068-069



그러고 보면 열일곱 살 때의 종로든 스물두 살 때의 런던이든 내겐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는 것, 내가 나를 믿어줘야 한다는 것, 그것만 중요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p093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학교 밖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정해진 답은 없다.  자기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될 뿐이다. 뭔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p112



학교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고 어릴때부터 큰 살림을 하는 집에서 살다보니 일찍이 한식을 두루접했던 강레오.  그가 제대를 하자마자 요리를 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던 건 자신을 믿고 결정하지 않으면,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동양인이 외국인들의 텃세가 심한 주방에서 버티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요리를 평생하기 위한 일로 결정하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플레이팅을 만들고 찾기 위해 노력한 그의 자취들은, 사실 책읽기 전에 요리하는 사람이 할 이야기가 얼마나 있으려고 이런 에세이를 집필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조금씩 허물어주기 충분했다.  요리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자기 관리에도 열심히인 그를 보면서 참 배울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지금 하는 일에 안주하고, 운동도 언젠가는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버렸던 날들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운동을 평생 하겠다고 마음먹고 매주 도장에 나가 수련을 하는 이유는 삶에 대한 내 가치관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무도처럼, 요리도 한 접시만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이 위기이자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와 무도는 많이 닮았다.  스승을 모시고 존경하며 도제 방식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우고 연마해야 한다는 점, 단시간에 승부가 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 완벽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 평생 꾸준히 가기 위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 싸워 이기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는 점.  그래서 나는 무도를 수련할 때는 요리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요리를 할 때는 무도의 정신을 생각한다.  /p127




아픈데도 아무렇지 않게 일하고 상처가 나도 툭툭 털고 일어서서 꿋꿋하게 일하는 모습들이.  어떤 분야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뭔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 내 일처럼 하는 것이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한 그건 영영 남의 것으로 남을 뿐 내 것이 되긴 어렵다.  정말 나의 일로 여기고 올인한다면 그 과정에서  받는 상처들조차도 언젠가는 온전한 내 것이 된다. /p142

 

 



누구나 자신의 앞날에 대해 고민한다.  확실하게 보장된 미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도둑놈이나 사기꾼도 자기 앞날에 대한 고민은 한다.  계획을 세워야 도둑질도 할 수 있고 사기도 칠 수 있을 테니.  그러나 미래가 불안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으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되든 안 되는 뭔가를 시도해보고 스스로를 던져봐야 한다.  무엇을 시도해볼지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나 자신에게 기대를 걸 수 있는 무엇인지를 늘 염두에 뒀다.  부모님이나 남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거는 기대에 대해.  /p179-180




요리를 요리로서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밖의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뭐든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세상이 그를 필요로 하는 시기가 왔을 때 새로운 기회가 온다.  그것이 인기든, 돈이든, 운이든. /p260 



경력이란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듯, 그도 밑바닥부터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서 지금의 강레오를 만들었고 앞으로 몇 십년후의 자신을 위해서 오늘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진심으로 좋아하면 다른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말은 다른데서도 많이 들어봤을테지만 그의 글을 읽으며 참 열심히 살았구나, 노력했구나.  그리고 앞으로의 그가 어떻게 변화할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나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선 그만큼 책임져야할 부담감도 많아지겠지만 벼르고 벼르다 보면 나만의 날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읽다보니 포스트잇이 다다닥 붙은 책을 보며 리뷰쓰느라 한 번 더 훑어보곤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20대, 또는 삶의 흔들림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매장에 두고 손님들과도 공유하며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