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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민음사 고전클래식을 구입해놓고 읽어야지? 하고 읽기 시작했던게 지난해 12월 즈음이었던것 같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을 몇 달에 걸쳐 읽는건지... 그래도 놓지않고 다 읽은 제가 참 대견했어요. 이야기의 시작은 우물 바닥에 죽어 누워있는 세밀화가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죽은 사람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게 조금 신기했어요. 읽다보니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생각, 입장을 이야기하는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조금 독특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궁정 화원 소속 금박 세공사 엘레강스가 나흘 전에 살해당해 우물 바닥에 던져진 이야기는 잔잔한 그들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살인범의 정체를 알아가는 추리소설의 형태. 등장인물들이 매 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처음엔 좀 익숙치 않은 문화, 이야기들을 읽느라 초반부를 몇 번 이나 읽었어요. 화가들의 심리전, 그리고 1인칭이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긴장을 놓을 수 없게합니다. 예술을 향한 화가들의 열망과, 장인정신, 그리고 그 사이에서도 세속적인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들이기에 벌어질 수 밖에 없는이야기는 카라와 세큐레의 사랑이야기까지 곁들여저 살인자를 추측해보는 한편 사랑이야기의 추죽인 세큐레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극중 재미를 더합니다. 읽으면서 갸웃? 했던건 세큐레의 아들들 이릅중 오르한 이 등장하는데 본인의 이름을 사용했네? 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지막까지 이야기의 웃음거리를 놓치지 않는 작가. 동서양의 문명을 함께 이룩한 도시 이스탄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너무도 치밀하고 섬세하게 이야기해서 가끔은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추리를 했어야 했던 책. 그대는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우리는 사실 행복의 그림에 있는 미소가 아니라 삶 자체에서 행복을 찾아요. 세밀화가들은 그걸 알지요. 하지만 그들이 그리지 못한 것도 그거예요. 이 때문에 그들은 삶의 행복을 바라보는 행복으로 대체한 겁니다.
그려지지 못할 이 이야기를, 어쩌면 글로 쓸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에 내 아들 오르한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하산과 카라가 내게 보낸 편지들과 가엾은 엘레강스의 몸에서 나온, 물감이 번진 말 그림을 주저 없이 그 애에게 주었지요. 그애는 항상 신경질적이고, 심술궂고, 불만에 차 있으며,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차없이 공정하지 못한 평가를 내리지요. 이 때문에 카라를 실제보다 더 얼빠진 사람으로 묘사하고, 우리의 삶을 더 험난하게 쓰고, 셰브켓을 나쁘게, 나를 더 아름답고 부도덕하게 묘사하더라도 여러분은 절대로 오르한을 믿지 마세요. 그 애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하지 못할 거짓말이 없으니까요. /p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