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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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물 받고 책장에 고이고이 모셔둔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까요?  읽고 있던 책들도 흥미를 잃어가고 있던 즈음 '천명관' 이름 석자보고 꺼내들었습니다.  어쩌면 내 책읽기에 대한 흥미를 조금은 돋구어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요.  이소룡, 권격, 그리고 남자들의 이야기 일거라는 어렴풋한 짐작에 이거 읽다 덮게되면 슬럼프가 길어질지도 라는 겁도 났지만 그래도 꺼내들었습니다.  사실 이미 읽기전에 아끼는 책이 될 것 같다는 촉이 와서는 책 포장 비닐로 곱게 포장도 완료해놓은 상태였어요. 

 

 

산다는 것은 그저 순전히 사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이소룡의 말이다.  그는 또 말했다.  삶의 의미는 그저 사는 것일 뿐이라고.  그의 말대로라면 그곳이 어디가 됐든 부서지고 깨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살아가는 일, 그것이 바로 인생일 터인데 삼촌의 경우도 바로 그랬다.  평생 주먹 한 번 시원하게 뻗어보지 못하고 끝내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했지만 그는 인생의 구석진 곳을 떠돌며 꾸역꾸역 살아남아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모두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비록 짝퉁으로 출발했으나 긴 세월을 거쳐 스스로 인생유전의 고유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말하자면 이것은 표절과 모방, 추종과 이미테이션, 나중에 태어난 자 에피고넨에 대한 이야기며 끝내 저 높은 곳에 이르지 못했던 한 짝퉁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말이다.  /1부 p010-011

 

 

난 중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냐.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지.  생긴 건 여자지만 남자의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더이상 젊지도 않지만 아직 늙은이는 아냐.  그게 바로 지금의 내 인생인데.  그럼 도대체 난 뭐지? / 1부 p143

 

 

나이가 들어갈수록 살아가는 것에 대해,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집니다.  아직은 미래를 더 생각해야 할 시간들이 많다는걸 알지만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등장하는 삼촌의 인생을 보며 살아가면서 사는 의미가 없는 인생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식 근대화의 압축 성장을 거치며 평범한 개인들이 고달픈 삶을 살아내는 과정속에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이 담겨있습니다.  상구의 집에 들어와 살게된 서자... 삼촌의 인생은 시작부터 다른이들과 달랐기에 굴곡이 많게 느껴졌을까요?  이소룡을 동경하고 사랑한 나머지 그와 닮고 싶었던 그의 인생은 조금 불안해보이기도 합니다.  부모뻘 되는 형님, 나이차가 나지 않는 조카들, 권씨문중이 형성되어 살고있는 마을이라 아마도 그가 느꼈던 소외감은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도운의 조카들과 함께 자란 이들이 엮어가는 주고받는 이야기 처럼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합니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감당하기에 늘 너무 벅차리라는 것을, 그래서 또 눈물이 나고 그 눈물이 마를 즈음에야 겨우 우리가 애초에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을.  /2부 p023

 

 

삼촌이 현실에서 경험한 세계는 무협의 세계가 아니었다.  주먹이 빠르다고 강한 것이 아니었으며 옳다고 해서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삼촌은 삼청교육대를 다녀와서도 여전히 그 질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정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2부 p071

 

 

꿈이 현실이 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야.  꿈을 꾸는 동안에는 그 꿈이 너무 간절하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고 나면 별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거든.  그러니까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정말 창피한 건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되는 거야.  그때 내가 원한 건 네가 계속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거였어.  그래서 너를 홍콩에 보내줬던 거야. /2부 p108

 

 

긴박하게 돌아갔던 격동의 시절을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들이 인생을 보면서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또 그보다 나은 내 삶에 내심 만족스러워했던것 같습니다.  살아가며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고 꿈을 꾸며 그것을 이루며 살 수있다면 완벽한 삶이겠지요.  때론 꿈을 이루지 못해서 또는 이루지 못할 꿈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고 허황되다는 소리를 듣게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꿈이 있기에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이 힘들어 그만 현실과 좀 타협해도 좋으련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꾸역꾸역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는 도운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으악새 배우로 처음 나서게 되었을때 우연히 한 번 스친 원정을 평생 마음에 품고 살면서 행복했을까요?  800여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긴 누군가의 인생극장을 보고 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여정을 함께하며 웃고, 울고, 때론 안타까워하며 가슴답답한 먹먹함 속에 희망을 그대들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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