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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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화를 들고 다니며, 청소시간에 바닥을 쓸고 왁스칠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 나이 또래 학창시절을 겪어보신 분들은 마룻바닥에 왁스를 먹인다고 열심히 걸레질을 하다가 손가락에 가시가 한번쯤 박혀본 기억이 있으실 것 같아요.  덤벙거림은 그 시절부터 였던것 같습니다.  툭하면 보이지도 않게 가지가 박혀선 살을 조금 파내야하거나 바로 빼지 못해서 조금 깊숙히 박혀버리면 곪아서 나을때까지 고생을 하기도 하곤 했답니다.  제일 찜찜했던건 보이지도 않게 아주 작게 박혀선 빼낼 수도 없고 걸리적 거리는 기분이었어요.  박힌 가시를 빼내고 적절한 치료하지 못하면 박혀있는 가시로 인해 그 부위가 곪아서 터진후에야 약간의 흔적을 남기고 낫는 것처럼 <가시고백>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고백 실패.  뽑아내지 못한 고백이 가시가 되어 더 깊이 박히고 말았다.  잘못 고백했다가 친구들을 잃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p171

 

 

남들과 똑같다는 말, 너무 오래 기다렸던 말이다.  남들과 좋게 다른 게 아니라 남들과 나쁘게 달라 계속 나쁜 짓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천사와 악마처럼 자신은 악마 쪽으로 태어난 거라고. /p234

 

 

"나는 도둑이다" 라는 해일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글은 '어릴때 한 두번 쯤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해일의 도둑질은 '순간의 손놀림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손기술이 좋은 가발숙련공인 엄마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는 해일.  필요에 의한 것도 아니었지만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버리고 친해진 친구 진오와 지란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고백의 순간, 타이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해일을 짝사랑하는 반장 다영과 학급 담임의 독특한 캐릭터도 이야기를 읽어가는데 따스함을 더해줍니다.   밥상에서 엉겁결에 둘러댄 이야기 때문에 유정란 부화를 시도하는 과정을 겪으며 아이들도 알을깨고 나오는 그런 과정을 거쳐가는듯 합니다.  화목해보이는 가정인 해일의 집은 가족간의 불화나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도둑이라 이야기하는 해일 자신이 문제?), 지란은 부모님이 이혼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아버지가 마냥 밉습니다.  각자 혼자 속으로 하던 생각과 이야기들이 터져나오는 과정은 병아리가 탄생을 위해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보는듯합니다.  혼자였다면 더 깊이 외롭고 힘겨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고백을 받아주고,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마음에 박힌 가시를 뽑을, 고백을 할 용기를 내어보았던게 아닐까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마음에도 뽑아내지 못하고 박혀있는 가시가 있음을 다시 각인하게 됩니다.  그 가시를 뽑아내고 나면 조금은 가볍고 홀가분한 마음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럴 준비가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좋은일도, 나쁜일도 한 겹, 한 겹 인생의 나이테로 쌓여가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것이 혹독할 수록 조금 더 단단해 지리라 생각해보지만 견딜수 있는 만큼만 이길 바라는건 욕심일까요?  가시를 뽑아내기 위해 아직은 시간이 조금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글을 통해서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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