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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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을 나설때 책을 고르는 손길은 더욱 신중하게 됩니다.  책은 무겁지 않아야하고 여행에 맞춰 여행의 색깔도 고려해야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책을 고르는 기준이에요.  진해는 첫나들이, 카메라라는 무거운 친구도 함께 동행을 하고 이동시간이 긴 여정이었기에 왠지 여행의 목적이나 분위기랑도 잘 어울릴듯한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꺼내들었습니다.  알음알음 평이 좋다고 들어 알고만 있었는데 책장을 덮었을때는 뭐지? 했던 여운이 시간이 좀 흐른뒤에 잔잔하게 다가오는 글 이었어요. 

 

 

아마존 부근 엘 이딜리오에 살며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아마존에 외부의 문명이 서서히 침투하면서 원주민들의 삶은 그들의 터전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노인이 아마존에 흘러와 수아르족과 보낸 젊은 시절, 그리고 그 생활들을 통해 터득하게된 지혜들과 젊은 시절 자신의 활약에 대한 회상, 그리고 나이들어가며 저절로 체득하게된 삶의 지혜는 정글이란 곳에 살면서 그곳을 있는 그대로 누리고 살 줄알았기에 행복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책에 등장하는 노인의 이름도 길었지만 와이프의 이름은 숨이 찰 지경입니다.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 한 번에 읽어지시나요? (휴~ 숨차.. - -')

 

 

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p44-45

 

 

수아르족과 더 이상 함께 어울려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가 유일하게 편안하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 할 수있었던 시간은 절절한 '연애소설'을 읽을 때였어요.  특히나 노인이 글을 읽는 부분에 대한 묘사는 읽고 또 읽게 됩니다.  그 당시 책을 구하는 일도 힘들었겠지만 '아주 천천히 읽으며 음식을 맛보듯 음미하고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는' 책읽기를 언제 해보았던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마 이 즈음부터 이 책에 흥미를 갖고 보다 천천히 읽어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노인처럼 그런 마음으로 눈으로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거든요.  고요한 그의 일상이 틀어질거라고 예상되었던 맹수의 출현으로 정글에서의 노인과 맹수간의 대립으로 인한 묘사는 읽는동안 숨을 죽이게 됩니다.  인간에게 자신의 가족을 잃었던 맹수가 인간들에게 하는 '피의 복수'였을까요?  노인이 맹수와 대립하며 하는 독백하는 부분은 그들의 영역에 침입한 사람들을 대변한 대담같기도 합니다.  책은 200여페이지가 채 안되지만 간결하게 느껴졌습니다.  정글에서 고래를 만난듯한 기분이랄까요? (정글에서 고래..?여튼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책장을 덮고는 멍~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차오르는 뭔가가 있습니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날, 조용한 곳에서 음미하며 읽으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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