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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평점 :

봄을 나는게 유난히도 힘든 올해인듯 합니다. 책들도 몇장 뒤적이다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덮고 다른 책으로, 다른 책으로 넘어가다가 청주 당일 여행을 준비하면서 고심하며 골랐던 한 권의 책.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도 아껴읽으며 좋았다고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던지라 아껴 읽고 싶었어요. 처음으로 혼자서만 떠났던 여행. 당일이었고 몇시간 되지 않았지만 햇살이 눈부셨던 날의 여행길 친구로 함께 떠났습니다.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몇장 읽다가 창밖을 보며 생각하고, 또 몇장 읽다가 쉬어주고...
누구나 근본적인 것을 벗어나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이 삶인데 나는 자주 공허하다. 그 공허가 단순한 허무이거나, 그 허무가 복잡한 외로움일지 모르지만 결국 모든 것이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일도 우정도 사랑도 그 무엇도 내 쪽으로 흘러주길 바라는 마음....(중략)...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바라보는 일, 사실을 내 것으로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래서 함부로 그것을 넘지 않는 일. 사는 것은 결국 내가 나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p60-61
반복적인 일상을 떠나 잠시 먼곳에서 반대편을 바라보는 일은, 지친일상에서 더이상 기운을 낼 수 없다고 생각이 들때 한번쯤 해봄직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모든일엔 적절한 시기가 필요하다 생각되지만 일상에 큰 지장이 없다면 여행이라는 떠남은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일이라 생각해요. 가까이 있어 보지 못했던 것을 조금 멀리 떨어져 몇시간, 몇 일만 지내다보면 생각지도 않게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일상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떠밀려 다니는듯한 기분, 답답한 그 무엇의 짓눌림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한번쯤 떠나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는 것도 하나의 길고 긴 길을 걷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을까? 지금껏 달려온 길을 믿고 끝까지 갈 것인가? 언제나 길은 명징하지만, 우리는 그 길위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른 채 희미한 풍경속으로 터벅터벅 걸어야 할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걸음이 쌓여 길 끝에 닿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아득한 여행을 했겠는가. 굳은살이 박히고 햇볕에 그을리며 그냥 걸었을 뿐인데 우리느 또 그만큼을 산 것이다. /p84
여행길 위에서 만난 자신과의 조우, 그리고 낯선 땅에서의 만남들 속에서 조금더 깊이 자신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합니다. 굳이 그리 먼 길을 떠나야만 만날수 있는거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개인차.. 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두번 떠나본 이들이 '여행'이라는 단어에 갈증을 느끼는건 아마도 일상속에 나를 두고 먼곳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조금씩이나마 경험하고 느껴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봄 유독 혼자라는 시간이 낯설게 느껴지고 힘든건 아마도 나를 깊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일지 모르겠습니다. 가까운 카페, 버스를 타고 오가며 몇 페이지씩 읽으며 창밖으로 지나는, 또는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여행의 기분을 충분히 느낄수 있을거에요. 나와 그대들의 봄이 안녕하기를, 긴 겨울을 보내고 움트는 봄의 꽃들처럼 그렇게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