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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라디오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중,고교시절부터 사회 초년생때까지 근 10년간을 라디오와 함께 지내왔던거 같아요. 고정적으로 듣는 프로도 있었고 다른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내 사연같이 울고 웃으며 함께 자라왔던것 같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라디오가 제 곁에서 사라지고 없어졌다는걸 깨닫게 됐어요. 꽤 긴 시간이었는데... 왜 그 부재를 느끼지 못했을까요? 무엇이 그리 바빠 혼자서 아둥바둥 하고 있었던 걸까요. 지난해 김성원 작가의 <그녀가 말했다>를 읽고는 좋다, 좋다..정말 좋다를 생각하고 다시 꺼내보고 했던건 그 때의 아날로그를 그리워 했기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인들과 이야기 하다가도 두번째 이야기가 나오면 참 좋겠다~ 라고 이야기 하곤 했는데... <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부제로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었어요. 지난해를 마감하며 승미가 선물해 준 책이었는데 아끼고 아껴 읽느라 감기로 앓는 동안 읽었답니다.
'만일 천 원이 있다면 엽서를 사보자.'
그 엽서에 손으로 글씨를 쓰고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으면
그것을 받는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엽서를 쓰는 방법처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일에 돈을 쓸 때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 /p22
때론 반복되는 삶이 지루하기도 하고 탈출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요즘 같이 긴 휴식중인 때에도 100% 만족하는 삶을 살았던 시기는 언제일까 생각해보니 일에 만족하면서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때론 평균대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비틀거리는 기분이 들때도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걸까? 내가 왜? 라는 생각들만 맴돌게 되구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갈 수록 속을 내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친구는 줄어들고 혼자있어보지 않았기에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할지도 모를때가 더 많았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넉넉한 마음으로 넘길 수 있기를.
설사 누군가가 나를 아프게 한다면
그 사람을 많이 원망하지 않기를.
나를 아프게 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면
나의 허물에도 관대해지기를.
그래서 10년이 흐른 후에는 더 멋진 얼굴이 되기를.' /p56
이젠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 안정적인 삶이어야 하는건 아닐까 생각했던 내 나이. 나이에 대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컸던 한 해를 건너오느라 그리도 자주 몸과 마음의 몸살을 앓았나봅니다. 살아가는데 있어 기준이라는건 무엇일까? 난 어디쯤일까? 잘 살고있는거겠지? 등등 그동안 혼자서만 되뇌이느라 쌓이고 쌓여서 이야기 나눌 곳이 필요했던것 같아요. 말로 내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책속의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기도 했고 혼자 노트에 이런저런 글들을 끄적여보기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책도 밤삼킨별(김효정)님의 감성사진이 함께 수록되어있어 사진만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다 읽고도 머리 맡에두고 잠이 오지 않을때 아무데나 펼쳐서 읽고 다시 뒤적거리곤 했던 <그녀가 말했다> 한동안 책장에 넣지 못하고 머리맡에서 제 잠자리를 지켜줄 친구같은 책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의 어느 순간일까,
아니면 그 시절의 자기 자신일까.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