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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알려지지 않은 작가. 그렇지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읽고 요즘 같이 많은책들이 출간속에서도 별다른 홍보 없이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지.... 읽어보면 알거야~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네요. 이도위 작가의 신간 출간 소식을 듣고 전작을 읽고 손꼽아 기다렸던 지인들 사이에선 들썩거리며 그의 책이 출간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11살의 봄 외가댁에 맡겨지면서 이종사촌 자매인 수안과의 유년시절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녀의 시선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시골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둘녕과 수안의 유년시절 이야기는 상상만 해왔던 시골에서의 유년시절을 상상해볼 수 있게 해줍니다. 그들의 즐거운 놀이중 하나였던 책읽기를 통한 놀이들은 어린시절 '전집'을 집집마다 한 질씩은 비치해두는게 경쟁인듯했던 풍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땐 거의 대부분의 책을 뒤적거리기만 했을뿐 제대로 읽은 책들이 없었네요.) 책을 통한 그녀들의 놀이는 주변을 바라보는 세세한 시선은 생각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함께했던 시간만큼, 그리고 단짝처럼 그들의 비밀을 한씩 공유했기에 서로에게 더 큰 의미이지 않았을까요? 등장인물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지금은 지금은 없는 외가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수안이 행복하지 않은데 나 혼자 행복해진다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수안뿐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얻는 행복의 평균이 있다면 나도 그 정도이길 바랐다. 혼자서 더 행복한 건 어쩐지 불안하고, 남의 행복에서 덜어온 듯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세상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의 양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느꼈던 날들이 있었다. 누구 하나가 많이 행복하면 다른 하나가 그만큼 불행할지도 모른다고. 타인의 행복이 커진다고 해서 내 행복이 줄어들진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기까지는 세월이 많이 걸렸다. /p52-53
서른 여덟의 둘녕. 그녀의 삶은 고독해보입니다. 어린시절 외가집에서의 북적거림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삶. 소녀시절의 반짝임은 느껴지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지, 그 무엇으로부터 떠나고 싶어하는 것인지... 그녀는 재봉틀이 아닌 손바느질로 잠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땀 한땀... 같은 책을 읽고 많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조금씩 다름을 갖게 되는 소녀들. 화자가 둘녕이 아닌 어른이 된 수안이었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무심함'이 편안함이 되어버린 요즘 그녀의 시선을 통해 조금은 더 참견을 하고 자세히 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린 존재를 사로잡은 우상은, 그러나 어느 날 그들의 세계로 우리가 한 발짝 걸어들어갈 때면 새삼 긴장하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모든 걸 이해해주던 마음은 상대가 선을 넘는 걸 깨닫는 순간 경고음을 보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의 깊은 곳을 엿본 기분일 때, 우리는 실망했고 배신감을 느끼며 약간씩 상처받았다. /p258
오래기다렸던 만큼 좋았습니다. 금방 읽어져지만, 아껴 읽고 싶은 마음에 천천히 속도를 가다듬으며 읽기도 했던 책입니다. 그들의 유년을 조금더 오래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였던것 같습니다. 이야기 사이 그녀가 쓰는 편지글은 호흡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주었던것 같아요. 생각하며 쉬어가기...(간혹 글을 읽으며 앞으로 넘겨 다시 읽어보게도 했고 한번씩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었던 글이었던것 같아요.) 이 책이 어떻냐고 물어보신다면 그냥 좋았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뭉클했지만 그만큼 행복했습니다. 봄을 먼저 만난 기분이랄까요?
한때 내 것이었다가 나를 떠난 것도 있고, 내가 버리고 외면한 것도,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것도 있다. 다만 한때 몹시 아름다웠던 것들을 나는 기억한다. 그것들은 지금 어디로 달아나서 금빛 먼지처럼 카를거리며 웃고 있을까, 무엇이 그 아름다운 시절을 데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 /p462-463
본 서평은 해당출판서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본인의 주관적 의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