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 -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 윈터홀릭 2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만남의 장소로 서점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와 도서진열대를 둘러보다 발견한 <윈터홀릭 두번째 이야기>는 그리워했던 오래된 누군가를 만난것 만큼이나 기쁜, 반가운 마음이었답니다.  딱 2년전 <윈터홀릭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이야기>를 만났었습니다.  북유럽의 이야기들이 몽환적인 느낌이었다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홋카이도와의 만남은 손에 잡힐듯 말듯한 가까이 있는 그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던 책이었어요.  흰 눈이 주는 감상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변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순수하게 그 자체를 즐길수 없게 되는건 눈과 함께 묻어온 세월들이 함께 내리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전 지인과 만나 이야기하다 "난 홋카이도는 겨울에 꼭 가보고 싶어" 이랬더니 고개를 절래 절래 젓습니다.  눈에 파묻힐 지도 모른다구요.  그래도 몇 해전부터 해마다 겨울이되면 먼저 찾아보게 되는 홋카이도.  책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차가 바람을 일으키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을 때

기증가 함께 가슴 먹먹한 감회에 젖었다.

아무도 나를 알아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왜 이리 마음이 들썩이는 걸까.

 

 

바로 얼마전에 읽었던 <홋카이도 전차여행>이 젊은 이십대 감성이라면 이 글은 조금은 더 인생과 연륜이 묻어나는 글, 사진들 같다는 느낌이었답니다.  문장 하나하나, 여행지에서의 사진들,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은 홋카이도의 하얀 세상속에 녹아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외로움과 그리움 오히려 더 깊어질것만 같은 겨울의 홋카이도에서 들썩여던 저자의 마음이 어떤 기분일지 살짝 상상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외롭다' 말만 또는 어설픈 감정만 앞서는 것보다 오히려 그 속에 퐁당 빠졌을때 그 안에 있는걸 제대로 볼 수 있게 되는걸까요?  겨울의 홋카이도를 그리워하는 저자의 마음이 왠지 조금은 이해될 것만 같습니다.

 

 

유리창 너머의 삶과 세상은 대체로 아름답다.

그것은 창밖의 삶들이 내뱉는 탄식과 소음들을 소거한,

가공된 영상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창가를 즐겨 찾는다.

 

 

달리지 않는 열차에 긴 고드름이 자라듯이

제자리에 멈춰선 내 안에서는

그리움만이 무성하게 자란다.  아불류 시불류?

 

 

어딘가로 떠나기를 해본지도 좀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자꾸만 어딘가로 떠나는 글들에 손이가는 건 제 마음이 밖으로 향해있기 때문인것 같아요.  올 겨울은 서울에서도 소복한 눈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그래도 그곳의 눈은 여기의 눈과는 다를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건...홋카이도를 오롯이 마주할 수 있었던 저자가 부러웠기 때문이었던것 같아요.   책을 손에 든 순간 만큼은 나 자신도 홋카이도 어디쯤에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홋카이도 이야기를 자주 만나게 되는걸 보니 조만간 떠나지 싶습니다.

 

 

십 년의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가고 나서도

내 떠남의 자리는 늘 변함없는 상념들로 가득하다.

흐르는 시간의 속도만큼 따라서 흐르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삶이란 게 원래 그렇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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