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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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늦여름.  짧은 여행을 다녀온 직후 어디선가 읽었던 책에서 밀란쿤데라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등장하던 책의 제목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냥 제목일 뿐인데..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세계문학전집중 한 권이라하니 고전일 것인데... 왜 자꾸만 머리속에서 맴돌던 것이었는지...그러다 서점나들이 길에 바로 읽을거라 생각하고 구입해 들고와서는 책장에서 그대로 1년 반을 넘게 묵혀두었다 꺼내들게 되었네요.   네 남녀의 삶과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인 배경이 함께하면서 무게가 더해집니다.

 

 

테라자와 함께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으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p17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p45

 

 

진지한 사랑을 부담스러워 하는 토마시는 스스로 '에로틱한 우정'이라 이름 붙인 여자들을 끊임없이 만나면서도 거리를 두면서 불편함 없이 즐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떠내려온 테레자를 만나게 되고 그동안 만나왔던 여자들과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는 삶을 제어할 수 없게 됩니다.  진지한 사랑이 부담스러운 남자, 그를 운명이라 생각하고 모든것을 함께하고픈 여자.  이들이 행복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토마시의 연인인 사비나는 자신의 일도, 사랑도 프로페셔널하게 관리하며 살아가는것 처럼 보입니다.  그런 그녀에게도 체코라는 조국을 잃은 여자라는 수식어가 붙는걸 견딜수 없어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한 가장멀리 떠나서 살아갑니다.  한편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의 이런 '가벼움'에 매료된 프란츠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안정된 일상을 살다가 자신의 삶에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반드시 이런 것이어야만 한다고 상상한다.  또한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더 이상 삶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 /p57-58

 

 

그들의 이야기는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듯 하다가 이야기를 하는 화자가 등장해 그들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봤어야 했던걸까요?  때론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하고 함께 있어 행복하지 못한 자신들을 봅니다.  '우연의 연속', '만나지 않았더라면' 등의 생각들로 현재의 삶을 부정하려하는 모습에서 짙은 후회와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무거움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또 다른 탈출구를 통해 이전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가는게 '사랑'이란걸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사랑'... '나'만 행복하면 되는걸까요?  아니면 '나'의 희생으로 상대방이 행복하면 되는걸까요?  서로 같이 오래도록 행복하기란 무겁고도 어려운 걸까요?   네 남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이란 무엇이기에?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책읽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의 무게들이 더해지고 책장을 덮고 나서는 한동안 정리되지 않는 생각에 책만 뒤적거렸던 것 같습니다.   한 번 뿐인 삶, 점점 혼자인게 편해지고, 어디론가 떠날 생각만 하고 있으니 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인걸까요?  밀란쿤데라의 책은 <농담>부터 시작하는게 좋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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