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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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집 나들이에 나섰다가 생각보다 길어진 일정에 들고갔던 책도 다 읽고, 그냥 책 없이 지내볼까 하다가 동생이랑 서점나들이에서 한시간여 뒤적거리다 들고 온 책이 <반짝 반짝 빛나는> 이었어요.  에쿠니 여사님의 책은 잘 읽지 않는데 찬바람 부는 날씨 때문이었을까요?  다른 책들 사이에서 고민하다 이 책을 집어들고는 두 번 고민도 안하고 결정했던 책이었어요.   밤하늘에 떠있는 별같은 책표지랑 제목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당신 안에서만 내 사랑은 반짝입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두근 했던 문장이기도 했어요.  짧게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읽고나서의 여운때문에 책을 몇 번이나 뒤적거렸던 책이기도 했답니다.  알콜 중독인 아내 쇼코, 호모인 남편 무츠키, 남편의 애인인 곤.등장인물들의 캐릭터부터가 예사롭진 않지만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거부감이 없습니다.

 

 

이런 결혼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p056

 

 

그들의 사랑은 서로에게 그냥 '사랑'일 뿐입니다.  '내가 널 좋아하니 너도 날 좋아해다오.'  이런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그냥 좋아하는 그 마음뿐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러다보면 바라는 마음이 커지게됩니다.  그러면서 욕심도 생기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되는거죠.   다른이들이 보기에 그것이 어찌 사랑이냐고 할지라도 말이죠.  책장을 덮고 일주일이 넘은 시간이 지금도 가끔 그들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같은 집에서 살기만 할 뿐인 부부. 쇼코가 하는 일이라고는 무츠키의 침대시트를 다리미로 보송하게 다리는 일입니다.  그 일은 신성한 의식과도 같고 그녀가 아내로서 그에게 해줄 수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합니다.  무츠키 부모님이 쇼코에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부터 이들의 관계에 위기가 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성이야.  그래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버린다나 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 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p126

 

 

이야기는 쇼코와 무츠키가 번갈아가며 그들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이야기 하는 시각에서도 둘 사이에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지극한 그 무엇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무츠키의 마음이 변해서 쇼코를 안을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었어요.   심플해 보이는 그들의 사랑이지만 정말 이게 다일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열린 결말이기에 그 이후의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게 되는데요 그래서 책장을 덮고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사랑이지만 그렇기에 자신의 사랑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되지만 그런 그들의 사랑이기에 더 빛나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잡히지 않는 신기루인것 처럼 아련한 마무리라 미련이 남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더 흘러 다시 한 번 읽어본다면 그들의 사랑을 조금더 알 게 될까요? 

 

 

나는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불안정하고, 좌충우돌이고, 언제 다시 와장창 무너질지 모르는 생활, 서로의 애정만으로 성립되어 있는 생활.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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