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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보면 찾아서 읽게 되는 작가들의 작품이 있는 반면, 책은 가지고 있으나 아직도 읽지 못하고 책장에만 꽂혀있는 책들도 있네요. 작가의 명성이나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그의 신작 <백불>을 읽게 되었답니다. 사실 이 작가의 책은 책장에도 몇 권 보유중인데 딱히 손이 가지 않아서 읽지 못했었어요.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할 이 책의 이야기.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책표지가 조금은 무거워보여 미루었다가 읽기 시작했답니다.
죽은이의 몸은 썩어 문드러져도 죽은 이에 대한 기억이 아직 살아 있는자 안에 남아 있다. /p93
"미노루, 이게 죽음이란 거야.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어. 죽음이란 잊는 거야. 하지만 잊지 않는다면 늘 함께 있는 거란다. 언제까지고 말이야.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어."/p138
"사람은....... 반드시 죽죠?" 삶과 죽음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사후세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과 궁금증들 그리고 이야기들은 살아있는 이들이 알 수 없는 세상이기에 더 궁금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근원적인 의문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작가의 외할아버지를 모델로 집필한 글이라고 합니다. 군국주의로 일본의 참담한 시대 변화속에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미노루... 이야기는 미노루가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이야기,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등으로 잔잔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힘이 있는 것만이 태어나는 법이다." /p146
"슬프다는 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죽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야. 고통스러울 거라 생각하는 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지. 죽음은 그런 것들로부터 해방되는 거다."/p172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고통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나이가 들어가며 '죽음'이란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던것 같습니다. 미노루의 일생을 통해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조용히 돌아볼 시간도 갖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전쟁터에서 적군을 죽이지 않으면 아군인 내가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들...삶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한채 자살을 해야했던 친구등....살아가며 평생 의문으로 남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현재의 삶이 존재라면 죽음 이후의 삶은 오늘을 사는이들에게 기억되는 것으로 남는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답니다. 츠지 히토나리의 글은 처음 읽게 되었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읽는데 전혀 지루함이나 거부감 없이 빠져들어 읽었던것 같아요. 깊어가는 가을, 삶의 의미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좋은글이었답니다. 이 작가분의 다른 책들도 곧 만나봐야겠어요~
이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나, 그리움만은 언제까지고 남는다. 그 그리움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만을 떠올리게 한다. 되돌릴 수 없는 관계만을 마음에 새겨간다.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