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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내일 눈뜰 무렵이면, 지금 그가 말하는 것 전부 잊어버릴 것이다. 오늘이야말로 내가 가진 전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 하루 기억을 읽어가며 산다는건 어떤 느낌일까요? <첫 키스만 50번째>를 우연히 보고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더 보았지만 영화를 본 후의 감상은 그때마다 살짝 달랐어요. 때론 루시(드류베리모어)가 정말 행복한 여자인 것도 같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자신이 살아온 어제를 스스로 기억할 수 없다면 가끔 슬프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곁엔 매일 그녀의 어제를 오늘을 기억하게 해주고 사랑해주는 헨리(아담 샌들러)가 있기에 그녀의 매일이 그녀의 첫 날이라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라는 행복이 묻어나는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기 그녀와는 상황이 너무도 다른 매일을 행복과 불안사이를 오가며 사는 크리스틴이 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이십대에 당했던 불행한 사고로 인해 20년의 세월을 통채로 잃어버린 그녀... 눈을 뜨면 자신이 생각하는 이십대의 모습과 현실속 사십대중반의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게 됩니다. 그 시작이 언제부터 였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녀곁에 있는 남편 벤은 친숙하지 않고 둘 사이엔 뭔가 서걱거리는 뭔가가 있는것 같지만 매일이 새로운 하루인 그녀에겐 그것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일기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은 오직 나의 슬픔이다. /p144
미칠 것만 같다. 세상에 흐르지 않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가 하면, 한순간 후에는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한다. 남편의 말을 죄다 믿는가 하면 금방 믿지 않는다. 그를 신뢰하는가 하면 금방 신뢰하지 않는다. 진짜처럼 여겨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것이 꾸며낸 것이다. 나 자신 조차도. /p239
일기장 맨 앞장에 쓰여진 '벤을 믿지마라'라는 글은 자신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고 있는 남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햇갈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자신의 과거는 매일 새로운 슬픔으로 그녀에게 아픔을 줍니다.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것이 오늘의 그녀를 제대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겠지만 그 과정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모르고 오늘을 바로 살아갈 수 없는 것 처럼 그녀도 오늘을,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과거를 바로 알고 있어야 할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책을 읽는 동안 제가 그녀인 듯 불안한 심리상태가 되어 모든 사람들을 경우의 수를 놓고 의심하게 되었답니다. 심지어 그 상황에 놓였을 크리스틴의 불안감, 공포감은 오죽했을까요? 사실 이야기의 긴장감에 비해 마지막은 살짝 아쉬운감이 남지만 살아가며 놓치는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책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