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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습니다. 손미나는 여행에세이 작가보다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더 있는 것 같네요. 사실 전작인 여행에세이를 읽고 '내 스타일이 아니다' 라는 생각에 읽기전부터 먼저 만났던 여행에세이에 대한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마음으로 읽자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기전에 책 표지에 이 글에 대한 짧은 평들을 읽어보곤 '그래?'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 시작하면서 빠져들기 시작하네요. 여행으로 다져진 작가의 내공이라고 해야할까요? 현지를 생생하게 묘사한 글, 미술에 대한 해박한 이야기들, 그리고 잘 짜여진 글의 짜임 속에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적절하게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인생의 폭풍은 원래 갑자기 몰아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뜻밖의 사건에서 비롯되는 그런 일들은 보통의 경우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가 없어 그냥 단념하게 되는데 드물게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다구요. 정말 남다른 의지가 있거나 정말 운이 좋은 사람... 그러고는 저와 함께 있었던 게 자기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면서, 언젠가 제게도 그런일이 필요하면 도움을 청해도 좋다고 했어요."/p32,33
글은 대필작가인 장미와 테오의 이야기로 한 챕터씩 진행되는데 퍼즐이 한 조각씩 맞추어 가는것 처럼 재미있습니다. 파리, 프로방스의 봄레미모자, 런던을 오가며 미모자꽃 그림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달콤한 로맨스 이야기 같기도하고, 한 연인의 행적을 조사하는 추리소설 같기도 합니다. 글을 읽는 재미는 무엇보다도 사진이 아닌 글만으로 표현된 풍경들인데요...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초반에 살짝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상세 묘사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앞부분만 그렇구요 전체적인 흐름 좋네요. 무엇보다 봄이면 노란꽃이 만발한다는 봄레미모자.. 그곳이 가고 싶어져어요.
지금도 혹시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어쩌면...당신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난 어릴 적부터 다른 일은 꿈도 꾸어보지 않았어요. 오로지 소설가가되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위해서만 살았다구요. /p179
극중 대필 작가로 등장하는 장미의 독백은 손미나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됐어요. 소설가로서의 첫 작품...멋졌습니다. "이 여잔, 소설가가 될 수밖에 없는 영혼이다."라는 김탁환님의 추천사를 읽고 좀 오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책장을 덮고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녀의 소설가로서의 무한한 가능, 그 일부를 엿본듯 했습니다. 그녀에 대한 이미지를 호감으로 급 전환 시켜준 멋진 소설이었어요. 여행같았던 소설...로맨스,약간의 추리, 예술이 함께하는 이야기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읽어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