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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바보 - 대양 육대주에서 만난 사랑하는 영혼들과의 대화
오소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신비한 일이다.
결점투성이 우리,
반드시 한번쯤 사랑받고
반드시 한번쯤 사랑에 빠진다는 것. / 책표지
기다리던 저자의 신간 소식이라 두근 거렸답니다. 그런데 이번 신간은 여행에세이는 아니었어요. 그동안 저자가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사랑>에 대한 이야기네요. 책의 제목도 심플 합니다. '사랑'이란 역시 바보가 되어야 할 수 있는 걸까요? 세 살 배기 아들과 함께 여행하는 엄마 여행자, 또는 누군가의 아내, 또는 '오소희'라는 한 여자.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행지에서 마다 글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번책 역시 좋았어요..
'미안하다'는 말로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언제나 날 것이다. 상처받았던 순간에 대해 스무 번, 백 번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해도, 그동안 이야기하는 사람이 예순을 훌쩍 넘겼다 해도, 여전히 날것의 아픔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의 눈을 충혈되게 한다. 그리고 똑같은 아픔이 듣는 이에게도 스며든다. /p25
'사랑'에 완성이 있을까요? 살아오며 나도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많은 상처들을 주고 아프게 했을거란 생각을 심하게 앓고나서야 해보게 되었어요. 무슨일이든 시간이 해결해 준다지만 정말 과연 다...? 그럴까요? 그렇지 않은 아픔들도 있을거라 생각해요. 때론 불쑥 튀어나와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멀쩡한 속을 뒤집어 혼자 아파하기도 하지만 시간이란 흐름속에서 조금씩 꾸덕꾸덕 상처에 상처가 덧대어지듯이 벌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는 거겠죠. 내면의 혼란스러움이 제어되지 않을때, 속이 답답해서 터질것만 같을때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조금 멀리 여행을 꿈꾸곤 합니다. 그 간격이 잦을 때도 있고 한동안 잊혀졌다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만족스럽지 못할때 떠나고 싶어지는건 일상에서 만족할 수없는 욕구불만 같은게 아닐까요? 이 곳이 아닌 다른곳에서라면 조금더 행복해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일시적인 만족감에 그칠지도 모르지만 여행을 다녀와서 한동안 조용히 일상생활에 만족할 수 있는건 여행을 통한 '충전'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여행이란, 생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요구한다. 잠시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야 떠나지는 것이다. 불편하지만 이대로 모르는 체 가면 그럴듯하게 채워질 이력서의 한 칸을 비워내는 것. 불편하지만 이대로 모르는 체 가면 손가락질 받지 않을 일상의 연속성을 깨는 것. 그리하여, 그 '모르는 체'가 도저히 불가능해진 지점에서 불편함을 박차고 떠나온 여행자들에게 찰스는 편안함이란 공통분모의 손을 내미는 것이다. /p114
책장을 덮으며 그녀의 필체가 더 힘있어 짐을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개인적인 사심이 듬뿍) 저자가 여행했던 여행지의 숙소에서, 이동하는 버스에서 스치고 지나고 만난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과의 마주침을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어서 이야기한 책이라 더 관심있게 읽어졌어요. 청년, 중년, 노년, 모성애, 동성애등 '사랑' 이란 대상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조금씩, 어쩌면 아주 많이 달라질 수 도 있는 것이었어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는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지만 그냥 막연하고 어렵게만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며 생각을 조금씩 정리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것 같아요. 살아가며 한 번쯤 읽어도 좋을 책 같아요. 좋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이었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부여한 아름다운 역할을 충실히 해나간다는 것과 동의어일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까르르까르르 박수를 치며 고맙다고 하는 것. 시간과 품과 진심을 온통 내어주고도, 고스란히 받아주니 고맙다고 하는 것. 일 년에 한 걸음씩만 내딛더라도 더 나빠지지 않아 고맙다고 하는 것. 고맙다는 것의 참뜻, 아마도 그런 것인가 보다. 다시 평범한 창밖을 보니, 온통 고마운 세상이었다.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