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심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읽고나서도 그리 속시원하다 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사실 소설이니 뭔가 더 소설같은? 조금은 속시원하고 통쾌한 '뻥'같은 결말을 기대해서였을까?  직장생활을 하며 무시할 수 없는 라인, 줄, 빽, 낙하산 등 조직내에 들어온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가끔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그 사람의 배경을만들어 내기도 하고 그런 '빽'으로 인해 당사자가 달리보이기도 하며 또는 실력이나 다른 능력들은 왜곡하려고 한다.

 

 

"나도 주체할 수 없이 싫었던 인간들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이상할 정도로 싫을 때는 그 이유가 둘 중 하나야.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걸 그 사람들이 갖고 있거나, 아니면 그 사람들의 어떤 점이 내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거나." /p95

 

 

우리의 주인공은 고아이면서 카피라이터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생할하고 있는 직장여성이다.  상사를 따라 이직했던 회사에서 그 라인의 상사가 퇴사하고 나자 끈떨어진 연이 되어버린....심지어 새로 부임해온 상사에게 본의아니게 미운털까지?  회사를 다니며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던지라 주인공의 소심한 복수, 소설이기에 가능한 귀여운 설정들이 치열한 직장이야기를 조금은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던것 같다.  저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있는자와 없는자,  백그라운드가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결구도가 살짝 만화같은 분위기?  배경이 광고회사여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었던건 읽으면서 현실과 대입하며 비교하려고 했던 글 읽는 내 자세 때문일지도....

 

 

난 이따금 내가 타성에 젖어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미 흘려보낸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무서운 건 그 생각을 하는 순간조차 타성에 젖어 있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 생각을해냈을 때는 모든 것이 늦어버린 후였다.  /p103

 

 

꿈을 빼아기고, 이용까지 당했다고 혼자 원통해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문제시하지 않는다.  나는 이 사회에는 자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갔다.  사회는 자비로운 품이 아니다.  어릴 땐 막연히 그러나 맹목적으로 이 세상에 자비로운 인성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플 때마다 '자, 봐라. 난 이렇게 슬퍼한다.  대체 얼마나 기쁜 순간을 주려고? 정말 용석 안 될 만큼 난 슬퍼할 거야.' 하고 생각했다.  '자, 난 이만큼 고생해.  그런데 나에게 낙을 주지 안을 거야? 네가 낙을 주지 않고 배겨?'  그런데 누가 좋은 날을 주고 낙을 준단 말인가.  좋은 날과 낙이 온다해도 버려진 시간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장 아픈 법이며, 아무도 나를 위해서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혼자 잔뜩 인상을 구기고 샐쭉하게 토라져 있어봐야 관심조차 받을 수 없다.  세상은 내 마음을 헤아려주기엔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다.  /p194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사회생활를 시작하고 나서야 직장생활이 핑크빛만은 아님을 깨닫는다.  조직에서 내가 아니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는 사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던 회사가 입사해보니 별거 아니라는 상실감, 그리고 백그라운드가 직장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된다.  물론 직접확인되지 않은 '카더라'통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조직이지만 아직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등의 구조를 탈피하기란 좀 먼 이야기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일'처리 능력만으로 나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까?  대부분 조직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고 협동할 수 있는지도 업무에 플러스가, 또는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조금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더 많은 걸 생각해볼 수도 있었던 이야기였겠만 이야기 전체적인 흐름에 살짝 마이너스 점수를... 읽기전에 간략한 책소개를 읽고 기대가 컷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이 없는 이야기라 독자들이 많은 생각을 해볼 여지를 주는 이야기 였던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