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랫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소란한 보통날> '소란'과 '보통'이라 어울리는듯 하면서도 살짝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매력적인 책의 제목... 그리고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은 몰래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내 이야기보다는 다른사람들의 이야기에 호감이 가고 귀 기울이게 되는 건 나와 다른 이들이 사는 모습은 어떤지 그리고 그들은 어떤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지 호기심이 많아지게 되서이지 않을까?

 

 

비 오는 날은 쓸쓸하다.

왜 인지는 모른다.  아니, 나는 그것이 진짜 쓸쓸함인지 조차 잘 모른다.  처음 시작은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였다.  수업 중이었다.  내 자리에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뚝 떨어져나간 듯한 느낌, 아랫도리가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한없이 허무한 느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은 '싸했다'였다.  /p25

 

 

보수적인 아빠,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인 엄마, 완벽해 보이는 첫째 소요, 사랑이 넘치는 둘째 시마코, 책의 화자로 나오는 고토코, 중학생임에도 듬직한 막내인 리쓰.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각자 개성적이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때론 겉돌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한 가족'임을 알게 해주는 든든함으로 자신의 자리들을 지켜주고 있다.  이야기는 셋째인 고토코가 가족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글로 진행되고 있는데 겉으로 보면 평온할 것만 같은 집에도 걱정거리들은 조금씩 있게 마련이고 가족구성원이 그러한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도 가정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 같다. 

  

 

때로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 그동안에 생기는 일과 생기지 않는 일에 대해, 갈 장소와 가지 않을 장소에 대해 그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 대해.

/p188

 

 

모두들 아주 어른스러워 보인다.  나이를 먹으면 먹는 만큼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주변도 훨씬 질서정연해질 것이라고.  /p194

 

 

조용한 그들의 일상,  그러나 그 내면에는 나름의 고민도 있고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들도 있다.  어느 집이나 그 집안의 '가풍'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집 같은 경우도 생일모임을 제일 중요시 하게 생각하는데 무슨일이 있어도 '생일'만큼은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라도 하는 것이 가풍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미야자카의 가족 구성과 똑같은 우리집도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날 없다는 말처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집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 사고라는게 가족 구성원들끼리는 잘 알지만 밖에 보여지는 모습까지 그러할까?  하지만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더 견고하고 단단해 지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겨울을 넘기고 새싹이 움트는 봄을 연상하게 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적인 문체,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조용히 생각해보게 되었던 미야자카 가족들의 이야기.  떠나 있어도 가족은 늘 가족이며, 집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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