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소개하던 <느낌표!>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故 박완서 작가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책을 읽자는 취지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고 어딜가든 이 책을 읽어야 이야기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얼마전 받아든 책의 제목을 보고는 그 책의 내용이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게 신기했다.  불과 십여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어쩜 이렇게도 기억이 안나는건지...  하지만 예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 다시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 했던것 같다.

 

 

나는 농바위고개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전혀 이질적인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꼈다.  미지의 세계에 덮어놓고 이끌리면서 한편 뒷걸음질치고 싶었다.  가슴이 두근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내 마음 속에서 평화와 조화가 깨지는 소리였고, 순응하던 삶에서 투쟁하는 삶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두려움이었다.  /p49-50

 

 

순전히 작가의 어릴적 기억에만 의존해서 쓰여진 글은 오랜 시간이 흘러 재구성된 글이기에 에세이나 자서전이라기 보다 어쩌면 소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린시절 동무들과 어울려 놀던 고향의 풍경들,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던 자신의 이야기와 집안 어른들을 바라보던 소녀의 눈높이로 바라본 그 시절 집안의 흐름과 풍속들 그리고 주변인의 이야기를 화자의 입장에서 기억하는대로 성장하며 사람들과 주변이 변화하고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이야기하는대로 따라가며 읽으며 그 시선에 맞추어 읽어갈 수 있었다. 

 

 



가장 궁핍했던 시절 엄마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된 것은 사실이나 나쁜 영향도 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학교 다니는 동안 동무 없이도 심각한 불행감 없이 그 외톨이 상태를 거의 즐기다시피 했는데 그건 내 머리속에 잔뜩 들어 있는 이야기가 나에게 그런 건방진 능력을 준 것이 아니었을까. /p124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 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낮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p158

 

 

 오랫만에  다시 읽은 박완서님의 작품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간접경험 한 듯한 시간이었다.  이야기가 다음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어서 뒷 이야기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긴 하지만..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건 그때 뒷부분의 이야기는 궂이 찾아 읽지 않았던것 같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완서님의 작품들이 새로이 조명 되면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다시 읽어보고 그 이후 이야기와 박완서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돌아보게 되는 책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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