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에서 고전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관심만 갖고 있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드디어 읽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읽기전 먼저 읽었던 지인들의 평이 좋아서 어느정도의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한 그의 글에서 만난 그의 이미지는 <인간실격>이라는 작품이 왜 그의 대표작이 되었는지를 알게 해준것 같다.  젊은 나이에 자살로서 삶을 마감했지만 대표적인 일본문학 작가들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그의 작품.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너무나 진솔하게 이야기 하고 있어 가끔은 책장을 덮고 숨고르기를 하며 읽어야 했던 책이었다.

 

 

서로 사기를 치면서도 다들 이상하게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실로 훌륭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가 인간의 삶에 가득한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속인다는 것에 딱히 특별한 흥미는 없습니다.  나 역시 광대 짓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p26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보이지 못하는 주인공 '요조'는 광대짓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며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을 맞추어가는 생활을 한다.  가족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학교에서 또는 어울리는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살아야했던 '요조' 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글에서 묻어나는 고독, 외로움 등이 인간 내면의 표현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대변해주고 있는것 같아 차분해지는 글이었다.

 

 


'음지인(陰地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비참한 패배자, 악덕한 자를 가리키는 말인 모양이지만, 나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음지인인 것만 같아서 세상 사람들에게 음지인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을 보면 그때마다 다정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다정한 마음'은 나 스스로도 감탄할 만큼 다정한 마음이었습니다.  또한 '죄의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는 이 인간 세상에서 평생 그 의식에 시달렸지만, 어쩌면 그건 내게 조강지처처럼 좋은 반려자고 그것과 함께 쓸쓸히 노닥노닥 살아가는 것도 내 삶의 방식 중 하나였는지 모릅니다....중략...  /p51

 

 

꼭 마주 앉아 나에게만 이야기를 하는 듯한 글이 자칫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몰입도가 뛰어나게 해주었던건 아닌지.. 너무나 순수했기에 상처받기 쉬웠고 또 살아가며 주변의 이목과 관심에 부흥하기위해 '광대'짓이나 가면이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었던 그가 안타까웠다.  광대짓에서 그림으로 그림에서 여자들에게로 나중엔 술, 약에 의존하다 결국 주변사람들에 의해 정신병원까지 가야했던 '요조'의 삶은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자화상은 아니었을까?  책을 다 읽고 뒤에 간략하게 소개된 다자이 오사무의 이야기가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그냥 다른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순응하며 살았다면 인생살이가 조금은 쉽지 않았을까?  섬세하고 여리기에 삶에 대한 더 많은 생각과 고찰을 해야했고 결국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끌어내릴수 밖에 없었던 그의 안타까운 글이  반세기도 더 된 글이지만 세상살이가 변해도 사람들의 감성에는 큰 차이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되는글이 었다.   


 

아뇨, 결단코 나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미쳤던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아, 미친 사람은 모두들 그렇게 말한다는군요. 그러니까 이 병원에 들어온 사람은 미친 사람이고 이 병원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정상인인 모양입니다.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중략...
인간실격.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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