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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 시시때때로 커피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커피 안내서
김훈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12월
평점 :
"거짓 없이 진실한 한 잔의 커피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기를."
전문가가 아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집필한 커피에 대한 이야기... 나도 커피를 마시기만 하다가 만들기 시작하는 바리스타라는 일을 시작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였는지 처음 커피를 알아가던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었던 시간들.. 지금도 매일 커피와 함께하지만 매번 커피를 마주 할때의 느낌은 새롭고 즐겁다. 공부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궂이 전문가, 비전문가를 논할 필요가 있을까? 개인의 관심이나 지적호기심 등으로 조금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커피에 대한 관심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지식이나 배움정도를 기준으로 커피를 논하려고 하는건 옳지 않은것 같다.
보헤미안 커피 주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난 언제나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걸 잊지 않는다. 고귀한 불굴의 노력이 생겨난다.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둔해진다면 커피를 마시세요. 커피는 知的 음료입니다.' /p33
역시 커피 맛에 정답은 없다. 누구에게나 (심지어 한 사람에게조차) 절대적으로 맛있는 커피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가 있을 뿐이다. /p44
책의 제목을 보고는 커피 업종이나 관련되신 분이 집필하신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냥 커피가 좋아서 조금씩 가까이 하다보니 커피에 빠지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 여서 읽는 동안의 마음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나'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 또는 다른 그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친해지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한 매개체가 아닐까? 그 커피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은 커피머신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더치, 핸드드립등 많은 추출 도구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집에서 추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커피의 기본은 무엇보다 마음가짐이며 '재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제대로 로스팅된 원두를 구별할 줄 모르고 구하지 못한 채 핸드드립 방법에 골몰하며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커피 맛을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는 원두를 구별해내는 것이다. /p70-71
자신이 손수 내린 커피를 마실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이 커피를 마실 사람의 행복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이다. 그러니 커피를 대접하는 일이란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p173
자신을 위해 한 잔의 커피를 정성스레 고르고, 핸드드립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물을 끓이고 추출하는 과정은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쉽게 마실수 있는 한 잔의 커피에 내가 온 정성을 기울이는건 '마음을 전하는 일' 이라는데 그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고 그것을 최고의 맛으로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연구하려고 노력하는것은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커피가 좋아서 조금더 알고 싶어 학원을 찾게 되었고 그러다 조금씩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바리스타라는 일을 시작한지 이제 한 달여가 조금 지났지만 내가 만든 한 잔의 커피가 누군가에게는 휴식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만남의 매개체가, 또 누군가에게는 함께할 수 있는 향기로운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매력적인 일인것 같다.
카페 주인이 아니라 손님으로서 카페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카페가 '제 3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느끼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물론이고 집에서조차 제대로 위로 받지 못하는 불완전하고 억눌린 영혼들을 위한 휴식처이기 때문이다. 주거공간이 비좁고 열악할수록 카페문화는 번창하기 마련이다....중략.....일요일 오전 슬리퍼 차림으로 나가 한두 시간 아무생각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곳.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 일이 특별한 의식이 되어서는 안 되며, 번거로운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상적인 공간, 그래서 카페가 삶의 일부가 되고 나 또한 카페의 일부가 되는 오묘한 삼투압의 세계. 즉 내가 거기 있음으로써 카페는 더욱 카페다워지고 나는 더욱 나다워지는 것이다. /p213
카페는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는 발전소이다. 그것이 바로 커피를 찾아 매일 나서는 이유다. /p218
커피원재료 가격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야기 되고 있지만 사실 터무니 없는 가격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커피'라는 이국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자리잡아가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된다. 짧은 시간 커피에 대한 이런저런 공부도 했고 일도 하고 있지만 단시간에 배운 짧은 지식으로 많은것을 수용하려고 하기보다는 오랜시간 천천히 '커피'와 공간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커피에 대한 적당한 궁금증 해소, 커피를 조금더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정성스레 내린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하고픈 책 이었다.
한 잔의 커피는 인생의 묘약이다.
거짓 없이 진실한 한 잔의 커피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기를, 그리하여 이 세상의 더 많은 커피 벗들과 언제 어디서고 약속없이 마주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