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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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의 즐거움과 함께 다른 존재가 되어 정신적인 여유까지 느끼려면 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책은 우리를 억압하지 않는다.  우리는 책을 통해 의미 있는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감정은 일탈의 느낌 속에서 나온다.  일탈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앞서의 표현대로 하면 '다른 것'이 되기 위한 방식.  '다른 존재'가 되는 몰입의 과정 속에서 나온다.  /p20-21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지침서가 될만한 책들을 찾아보게 된다.  길잡이 정도라 이야기하면 될까?  지난해 책읽기 슬럼프가 심하게 왔을 때 안상헌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책읽기에 대한 마음을 조금 다잡았는데 책 제목에 이끌려 모셔온 <책 사용법>.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펼쳐서 읽어야 한다.  책은 내가 손에 들고 읽는 행위를 하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고는 한다.  생각하고는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 또는 현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출판물의 홍수라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으며 내가 원하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것, 좋은 책을 만나는 것 또한 부지런하지 않으면 책을 활용할 수 없다면 힘든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책읽기는 그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또 손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이 알고, 또 심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체험형 책 읽기는 아주 중요한 책읽기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p52

 

책을 둘러싼 세계의 모험을 완성하는 것은 책을 산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다.  독자를 통해 책의 세계는 풍요로워지고, 책의 세계는 마침내 완성된다.  '산 책'도 '파는 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책은 '읽어야 내 것'이 된다.  내 것이 되는 책은 내가 최소한 일별한 책이고, 또 언젠가 숙독할 책이다.  /p56

 

 

마음산책의 대표이기도 한 책의 저자는 책의 활용에 대해서 본인이 생각하고 겪어온 바를 쉽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부분들, 그리고 인용한 구절들을 읽으며 책의 앞장에 책 속의 책 리스트를 나름 작성해보기도 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 가기도 했고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찾아보고자 적어본 책들만 5권정도 되니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책을 찾는 것처럼 책읽기는 다른책 으로의 가지치기, 책 속의 책을 찾아가는 보물찾기나 미로 찾기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책을 읽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며, 행위들이다.

 

 

책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수많은 인생, 수많은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목소리를 그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p74

 

문학서든 실용서든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가운데 서서히 책이 지닌 이 '깊이'의 작용이 이뤄진다.  더 깊게 알고 싶은 욕망은 때로 편향적 독서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략) ... 읽고 싶지 않은 책은 읽기도 곤혹스럽지만 고통스럽게 완주해도 별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중략)....좋아하는 분야를 읽는 가운데 책과의 만남은 깊어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책은 깊이의 기능을 지니고 있기에 책을 좋아하게 되면 깊이 읽게도 된다.  앞서도 적었지만 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깊이다.  깊이가 담보되지 않는 지식이나 지혜는 오래가지 않는다.  /p144-145

 

 

북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 종종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지금도 꾸준히 책읽기에 대해 교류하며 한 번씩 이야기하는 '책읽기가 즐겁지 않았다면 꾸준히 읽는다는게 가능할까?' 라는... 본인도 몇 군데의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의무감에서 읽어야 하는 책도 기꺼이 내가 읽고자 선택한 것이고 그 책을 읽어오며 좋았던 책도 있었고 나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 책들도 있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 좋아하는 작가들을 알게 되고, 책 속에서 인용되는 다른 책의 이야기들을 만남으로 해서 다른 책으로의 연결까지 이어지며 가지치기를 하듯 책읽기가 계속 되는 것 이다.  책을 찾아서 읽는 이런 활동을 하기 전에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사모으기'를 위주로 소장하는 독서를 해 왔던 것 같다.  읽어서 그 책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나 저 책 소장하고 있는데' 라는 어린아이같은 욕심?  물론 지금도 읽지 못하고 구입하는 책들도 적지 않지만 책에 투자하는 비용이 다른 비용에 비해 아깝지 않고 흐뭇한 마음인 건 책은 언젠가 내가 읽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펴드는 모험이 당신의 영혼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이, 그 여행의 처음으로,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이 되돌아와 또 다른 책으로의 여행을 당신은 금방 그리워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p178

 

독서가 큰 즐거움을 주는 행위라는 것을 알기만 하면, 굳이 따지자면 독서에는 때가 따로 없는 법이다.  늙어서 봐야 할 책이 있고, 젊어서 봐야 할 책이 있다.  또 책이 재미있으면 밑줄을 긋게 되고, 메모도 하게 된다.  그리고 인상 깊게 본 책은 인생에도 큰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법이다.  /p193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고 있다 하니 어떤분은 이야기하신다. 본인은 책을 소장용으로 아끼기에 책에 줄은 긋지 않는다고.  나도 책을 쫙 펼쳐서 읽거나 접어가며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포스트잇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펜에도 손이 가는 책들이 있다.   <책 사용법>이 그런 책이 아니었을까?  책을 두 번째 읽을때 포스트잇이나 밑줄이 그어진 부분만 읽어도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나 내가 읽었던 내용들을 다시 읽었을 때 처음과는 또 다른 느낌과 생각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읽었던 책은 소장(밑줄 그어가며 읽은 책이나 한 번씩 꺼내보는 책들)하기도 하고,  소장하지 않는 책은 동생이나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기 때문에 가능한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이 글을 쓰기 전에도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부분들과 밑줄이 그어진 부분들을 읽으며 깨끗한 새 책 일때 보다 더 애착이 가게 되는 건 이 책을 읽음으로서 다른 책으로의 관심을 유도했고 책읽기에 대한 시각을 조금 더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책의 소개에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이현우님은 이 책을 <책 사랑법>으로 고쳐 읽는다고 하셨는데 나도 그렇게 읽고 싶어지는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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